환자 20명이 패혈증 증상을 보인 서울 강남구 모 피부과 의원에서 8일 조사를 마친 경찰이 밖으로 나가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집단 패혈증 의심 환자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A피부과의원이 향정신성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을 주사기에 옮긴 뒤 고장 난 냉장고에 보관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프로포폴은 밀봉 상태로 냉장 보관해야 한다. 경찰은 고장 난 냉장고에 보관 중이던 프로포폴이 오염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9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A피부과 관계자는 경찰에서 “프로포폴을 담은 주사기 20여 개를 고장 난 냉장고에 60시간가량 보관했다”고 진술했다. A피부과 관계자는 “세팅을 위해 이같이 보관했다”고 말했다. 환자 시술을 위한 준비 차원에서 이같이 보관했다는 설명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프로포폴은 2~25도 환경에서 보관해야 한다. 의료기관들은 프로포폴 주사제를 냉장고에 보관하다가 투약 때 개봉해 주사기에 담는다. 냉기가 남아있으면 환자가 고통을 느끼기 때문에 잠시 상온에 뒀다가 투약한다. 사고가 난 7일은 어린이날 대체공휴일이라 A피부과를 찾은 환자가 많았다. 시술 속도를 높이기 위해 피부과 측이 미리 프로포폴 주사기 수십 개를 만들고 고장 난 냉장고에 60시간이나 보관한 것으로 보인다.
개봉 상태의 프로포폴은 공기와 접촉해 세균이 증식할 가능성이 높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주사기에 담아 보관했을 때 세균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찰은 A피부과 측이 평소에도 프로포폴을 주사기에 나눠 담아 보관했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프로포폴 투약자도 확인 중이다. A피부과에는 간호사 없이 간호조무사 4명이 있다. 의료법 등에 따르면 간호조무사는 의사가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입회했을 때 프로포폴을 투약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7일 A피부과를 찾은 환자는 총 29명이다. 그중 21명이 프로포폴을 맞았는데 95.2%인 20명이 발열이나 어지럼증, 혈압 저하 등 패혈증 의심 증세를 보이고 있다. 프로포폴 말고 이들이 공통적으로 받은 시술이나 투여한 약물은 없었다. 프로포폴을 맞지 않은 나머지 7명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 역학조사 결과는 13일경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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