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前국정원장 법정 진술
“檢총장 만나 MB뜻 전달했지만 ‘중수부장이 말 안듣는다’ 말해”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77·구속 기소)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7·구속 기소)에게 “전직 대통령 수사가 부담이 되니 조용히 수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원 전 원장이 10일 증언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이런 뜻을 임채진 검찰총장에게 전하라고 원 전 원장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원 전 원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상동) 심리로 열린 국고손실 혐의 공판에서 검찰의 노 전 대통령 수사 당시 이 전 대통령에게서 지시받은 상황을 상세히 밝혔다.
원 전 원장은 “(이명박) 대통령께서 저를 불러 전직 대통령 수사가 부담이 된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검찰이 권양숙 여사는 호텔에서 수사를 했는데 그렇게 조용히 하든지, 방문조사를 했으면 좋겠다’고 (임채진) 검찰총장에게 전달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원 전 원장은 “‘그걸 왜 저한테 시키느냐’고 묻자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장 차원이 아니라 검찰총장이 학교 후배니까 좀 전달해 달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서울고를 나온 원 전 원장과 부산고를 나온 임 전 총장은 서울대 법대 동문이다.
원 전 원장은 이후 임 전 총장을 직접 만난 과정도 상세히 설명했다. 원 전 원장은 “나도 부담스러워서 대학 동기 중에 임 총장하고 동기인 사람한테 얘기해 달라고 하니까 (그가) 저한테 직접 하라고 했다”며 “(국정원) 안가에서 직접 만난 (임) 총장은 당시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이 전혀 자기 말을 안 듣는다’고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당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 여부를 저울질하던 상황이었다.
원 전 원장은 “임 총장과 만난 뒤 국정원 차장에게 ‘전직 대통령 문제로 시끄러운데 그렇게 안 됐으면 좋겠다는 게 대통령 뜻’이라고 전했다”며 “차장이 ‘법조 출입을 20년 한 단장이 있는데 (국정)원 차원이 아니라 여론 차원에서 (검찰에) 전달하게 하면 어떻겠느냐’고 해서 국민 여론이 그렇다고 (검찰에) 전달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원 전 원장의 이런 증언은 원 전 원장이 2009년 4월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반대하는 움직임에 ‘대응 심리전 활동’을 했다는 검찰 주장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원 전 원장은 “당시 ‘국정원장이 검찰 수사를 지휘한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나왔고 취임 두어 달이 넘었을 때였는데 엄청 시달렸다”며 “(노 전 대통령을 방문조사 하라는) 대통령 뜻도 그랬고 총장에게 얘기도 했는데 한쪽으로는 (검찰 소환 저지를 위한) 심리전 활동을 시키는 건 아무리 봐도 상식에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검찰은 2009년 4월 30일 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로 대검찰청에 소환해 약 13시간 동안 조사했다. 그 후 검찰이 20여 일간 신병처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던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은 5월 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 전 대통령 서거로 검찰은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리고 수사를 종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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