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으로 거듭나는 제주]마을마다 오름마다 생생한 ‘그날’ 떠올리며 ‘4·3길’ 걸어볼까

  • 동아일보

대표적인 4·3사건 유적지

제주4·3사건의 흔적은 마을마다 오름마다 여전히 남아 있다. 제주 전역이 유적지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도가 집계한 유적은 ‘초토화작전’으로 가옥이 불탄 이후 사라진 마을 108곳, 희생터 154곳, 주둔지 83곳, 4·3성터(강제동원으로 축성된 집단거주지) 65곳, 수용소 18곳, 기타 169곳 등 모두 597곳에 이른다. 제주4·3 70주년기념사업위원회는 제주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와 공동으로 제주 4·3 유적지를 소개한 ‘4·3 길을 걷다’ 지도 2만 부를 제작, 배포했다. 유적지 43곳의 위치와 개요 등을 간략하게 소개했다.

이 지도는 ‘4·3 평화기행’ 걷기 코스를 추천했다. 제주시 동부권은 관덕정∼곤을동∼4·3평화공원∼낙선동성터∼북촌너븐숭이 기념관∼다랑쉬굴 코스이고, 서부권은 정뜨르비행장∼빌레못굴∼진아영할머니삶터∼만벵듸공동장지 등으로 짜였다. 서귀포시 서부권은 동광 잃어버린 마을∼동광 큰넓궤∼백조일손지묘∼알뜨르∼섯알오름 등이고, 동부권은 4·3평화공원∼남원 현의합장묘∼의귀리 송령이골∼표선 백사장∼성산읍 터진목 등이다.

대표적인 4·3사건 유적을 소개한다.

○ 관덕정

제주시 삼도2동 관덕정은 1947년 제28주년 3·1절 기념식을 마친 군중들이 빠져나오다 경찰의 발포로 6명의 희생자와 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사상 초유의 민관 총파업이 이어졌고 수많은 도민이 관덕정 인근 경찰서에 끌려와 고문취조를 당하거나 구금됐다.

○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

70여 가구로 이뤄졌던 제주시 화복동 곤을동마을은 1949년 1월 4일 군인들에 의해 초토화된 후 복구되지 못했다. 토벌대에 의해 가옥이 전소되고 주민들이 희생당한 비극을 겪었다. 해안마을 가운데 드물게 초토화된 마을로 현재는 마을 터만 남아 있다.

○ 충혼묘지 4·3추모비

제주시 노형동 충혼묘지에는 4·3사건으로 희생된 군·경들의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묘지 입구에는 박진경 추도비가 세워져 있다. 1948년 5월 11연대 연대장으로 제주도에 부임한 박진경 중령은 강경진압으로 일관해 많은 인명 피해를 야기했다. 그러다 박진경은 대령 진급 후 축하연을 끝내고 숙소에서 잠을 자다가 부하들에게 암살당했다.

○ 다랑쉬굴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다랑쉬굴은 1948년 하도리, 종달리 주민 11명이 피신해 살다가 발각돼 희생당한 곳이다. 토벌대는 이 굴에서 주민들이 나오지 않자 굴 입구에 불을 피워 연기를 불어넣어 학살했다. 1992년 유해 11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굴이 발견돼 4·3 진상규명 목소리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 너븐숭이 4·3공원

1949년 1월 17일 북촌리 400여 명의 주민이 학살당했다. 제주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마을이다. 학살당한 북촌주민들을 추념하려고 공원과 기념관을 속칭 ‘너븐숭이’로 불리는 곳에 조성했다. 기념관 외에 순이삼촌 문학기념비, 위령비, 방사탑 등이 들어서 있다.

○ 큰넓궤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큰넓궤는 1948년 11월 중순 마을이 초토화된 이후 동광 주민 120여 명이 2개월가량 집단적으로 은신생활을 했던 굴이다. 굴이 토벌대에 발각된 후 주민들은 한라산으로 숨어 들어갔으나 영실 부근에서 토벌대에 총살되거나 잡혀서 서귀포로 이송됐다가 정방폭포 등지에서 학살됐다.

○ 낙선동 성터

제주 조천읍 선흘리가 1948년 11월 초토화작전으로 불타 버린다. 미을 주민들은 1949년 낙성동에 성을 쌓고 집단 거주했다. 주민들이 강제 동원돼 성이 만들어졌다.

○ 성산읍 터진목

서북청년회에 끌려온 성산, 구좌지역 주민들이 감자공장 창고에 수감돼 고문당하다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일출봉 인근 터진목으로 끌려와 총살됐다. 성산읍 4·3희생자 유족회가 2010년 위령비를 세웠다.

○ 섯알오름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섯알오름은 6·25전쟁 발발 직후 모슬포를 중심으로 예비검속자들이 집단 학살된 장소다. 1950년 8월 20일 오전 2시에 한림어업창고 및 무릉지서에 구금됐던 63명, 5시경에는 모슬포 절간 고구마창고에 구금됐던 132명이 집단 학살됐다. 최근 학살터 주변을 정비해 위령공원을 조성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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