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따뜻한 인술 펼치는 ‘광주이주민건강센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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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진료소 확장공사 마무리
의료장비-진료침대도 2배로 확충… 쾌적한 환경에서 난민 등 진료

이주노동자와 이주여성, 난민 등 소외계층에게 13년째 의료봉사 활동을 해온 광주이주민건강센터가 확장공사를 마치고 더 따뜻한 인술을 펼치고 있다.

광주이주민건강센터는 최근 광산구 우산동 우산생활건강지원센터 3층 진료소 확장공사를 마무리하고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진료를 하고 있다. 이 센터는 2005년 지역 의료단체와 선교단체, 이주민단체, 시민단체 등이 함께 문을 열었다. 이후 진료소 공간을 두 차례나 옮긴 끝에 2016년 우산생활건강지원센터에 둥지를 틀었다. 명절 연휴를 제외하고 매주 두 차례 문을 여는 센터는 광주 전남북은 물론이고 경기와 충청, 경남지역 이주 노동자들까지 무료 진료를 받으러 올 정도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기존 3층 진료소는 195m²로 비좁아 대기하던 환자들이 앉지 못하거나 일부는 비가 오면 밖에서 기다려야 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이런 상황을 안타깝게 여긴 광주시와 광산구의 도움으로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동안 진료소 확장공사를 벌였다.

새 모습을 갖춘 진료소는 406m²로 전보다 두 배 정도로 넓어졌다. 의료장비와 시설도 늘어 치과 치료 기기가 2대에서 4대로, 의학과 진료실이 1곳에서 2곳으로, 한의학과 진료침대가 4개에서 8개로 늘어났다.

3년째 센터에서 통역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이주여성 서민경(베트남 이름 웬티호엔·35) 씨는 “센터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거나 한국어를 몰라 치료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주노동자 등에게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치료 공간을 넘어 만남의 장소이자 따뜻한 사랑의 공간이었던 센터가 비좁아 불편했는데 새롭게 단장돼 너무 기쁘다”고 덧붙였다.

광주이주민건강센터는 광주기독병원 의료인들이 이주노동자 의료봉사 활동을 제안하면서 첫걸음을 뗐다. 이후 광주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와 인도주의실천의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광주전남한의사협회 등이 동참하면서 큰 힘이 됐다.

센터는 지난해까지 12년 동안 환자 2만9059명에게 5만여 차례 인술을 펼쳤다. 매주 일요일 오후 1∼5시, 매주 목요일 오후 6시∼8시 반에 무료 진료를 한다. 이주노동자들의 초기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 활동도 한다.

의사와 한의사, 치과의사, 약사, 간호사 등 의료인은 물론이고 행정, 통역을 맡은 자원봉사자 등 200여 명의 헌신적인 노력과 후원 덕분에 체계적인 진료가 가능해졌다. 매주 자원봉사를 하는 보건의료계열 대학생이나 고교생 등 20여 명도 센터 운영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홍주 광주이주민건강센터 이사장(52·광주기독병원 의료사회복지사)은 “이주노동자들이 자유롭게 휴가를 내기 힘들어 휴일 오후나 평일 밤 시간에 진료를 하고 있다”며 “센터 진료 외에 종합병원 연계 치료 등 봉사활동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는 시민 140명이 내는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후원금만으로는 센터 살림살이가 빠듯한 상황이다. 박성옥 광주이주민건강센터 사무국장(51·여)은 “진료소 확장 이후 진료환경도 좋아져 치료 환자 수가 늘고 있다”며 “임차료와 관리비 등을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진료공간이 넓어진 만큼 부담도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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