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서구 “역사문화 탐방길 만들어 관광기반 확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원시인 조형물-선사유적공원 등 왕복 1시간 거리 곳곳에 작품 설치
‘선사시대로’를 관광명소로 조성… 도시 브랜드 가치 높이기로

“우와∼.”

21일 대구 달서구 진천동 대구수목원 입구 삼거리. 몇몇 행인들이 한동안 서서 대형 조형물을 바라보며 탄성을 질렀다. 길이 20m, 높이 6m 크기로 깊이 잠든 원시인을 형상화했다. 반쯤 땅에 묻힌 얼굴이 시선을 끈다. 주민 하인자 씨(61·여)는 “참 거대한 역사를 바라보는 느낌”이라며 “우리 지역의 명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달서구는 최근 ‘2만 년의 역사가 잠든 곳’이라는 주제로 이 작품을 설치했다. 직선거리로 200m가량 떨어진 곳에 선사유적공원이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이 일대를 새로운 관광 명소로 조성하기 위해서다. 대구 출신의 세계적인 광고 제작자 이제석 씨가 디자인했다. 이 씨는 “오랜 역사성을 가진 돌을 소재로 표현한 것”이라며 “지역에 묻혀 있는 잠재적 가치를 보여주려고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달서구가 역사문화 탐방길 선사시대로(路) 관광 기반 확충에 힘을 쏟고 있다.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원시인 조형물과 선사유적공원은 선사시대로 A코스의 출발점이다. A코스 길이는 약 800m로 해설을 들으며 걸어서 공원을 왕복하는 데 1시간 정도 걸린다. 6178m² 규모의 선사유적공원에는 고인돌과 돌널무덤 등 10여 점의 유물이 있다.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1998년에 문화재청의 국가지정문화재(사적 411호)로 지정됐다.

달서구는 2015년 선사시대로 3개 코스를 선보였다. B코스는 대천동 청동기 유적지에서 월암동 구석기 유적지 구간 2.5km로 해설사와 함께 걸어서 왕복하는 데 1시간 반가량 걸린다.

C코스는 여행자 자유선택으로 즐기도록 했다. 상인동 월곡역사박물관을 비롯해 진천·상인·월성동 일대 선사시대 유적 가운데 원하는 장소를 골라서 둘러볼 수 있다.

최근 유치원을 중심으로 해설사와 동행하는 체험 신청이 잇따른다. 지난해 8300여 명이 신청해 탐방길을 걸었다. 같은 해 5월 선사시대로 코스인 한샘공원에서 열린 선사문화체험축제에는 1만여 명이 다녀갔다.

이 같은 역사 걷기 코스 개발이 가능했던 것은 2006년 이 일대에서 대구의 구석기시대 삶을 보여주는 유물 1만3000여 점이 출토된 것이 계기가 됐다.

달서구는 2014년부터 1980년대 개발 사업으로 밀려났던 유물들의 흔적을 찾아내고 흩어져 있는 역사 이야기를 접목하고 있다.

도로 간판과 가로등도 선사시대 모습으로 색다르게 바꾸고 있다. 지난해 선사유적공원 안내판을 돌도끼로 내려찍는 원시인 조형물을 설치한 것이 대표적이다. 선사유적공원 일대 주택가에는 벽화 10여 점으로 꾸민 암각화 테마거리가 생겨났다.

달서구는 2020년까지 선사시대로를 ‘대구 관광의 별’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다양한 인프라 확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선사유적공원과 가까운 대구도시철도 1호선 진천역에는 11월까지 주민들을 위한 색다른 관광홍보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대천동 한샘공원 옆에는 선사문화체험관을 건립한다. 연면적 1150m²에 2층 규모로 선사 체험과 놀이시설, 입체 영상실 등을 갖춘다. 부지는 최근 매입했으며 올 하반기 착공해 2022년 완공할 계획이다.

달서구는 최근 원시인 조형물이 도시 미관에 영향을 미친다는 논란은 주민 설명회를 열어 해소할 방침이다. 주변 상권 영업에 지장이 있다는 민원은 조형물 일대를 도심 쉼터로 꾸미는 방식으로 설득할 계획이다. 나무 등을 심어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야간에 이국적인 풍경을 보여주는 경관 조명도 설치한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도시와 관광을 함께 홍보하는 다양한 캐릭터 상품도 구상하고 있다”며 “도심 속 옛 역사의 소중한 가치를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결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