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남해대교 명칭 둘러싸고 2라운드 신경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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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지명委서 ‘노량대교’ 확정… 남해군 “법적 대응 불사” 강력 반발
하동군은 자축 펼침막 내걸고 환영

9월 완공 예정으로 노량해협에 건설 중인 교량. 하동군 금남면 노량마을과 남해군 설천면 덕신리 감암마을을 연결하며 길이 990m, 왕복 4차로 현수교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제공
9월 완공 예정으로 노량해협에 건설 중인 교량. 하동군 금남면 노량마을과 남해군 설천면 덕신리 감암마을을 연결하며 길이 990m, 왕복 4차로 현수교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제공
1598년 정유재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크게 무찔렀던 노량해전. 그 역사의 현장인 노량해협에 건설 중인 다리 이름을 놓고 남해군과 하동군의 신경전이 날카롭다.

경남도지명위원회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해 국가지명위원회로 넘겨져 결정된 새 교량 명칭은 ‘노량대교’로 최근 확정됐다. 국토지리정보원은 9일 ‘2018년 제1차 국가지명위원회’를 열어 새 교량 명칭을 ‘노량대교’로 확정 고시했다. 남해군이 올린 ‘제2남해대교’와 하동군의 ‘노량대교’는 표결에서 6 대 12로 노량대교가 많은 표를 얻었다. 노량대교는 하동군 금남면 노량마을과 남해군 설천면 덕신리 감암마을을 연결하는 다리로, 1973년 개통된 남해대교가 낡아 새로 건설하고 있다. 다리 이름이 확정되자 남해군은 ‘남해’가 빠졌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하동군은 펼침막을 내걸고 반기는 분위기다.

● 남해군, 법적 대응 방침

남해군은 국가지명위원회 결정을 따를 수 없다는 태도다. 박영일 남해군수와 박득주 남해군의회 의장, 류경완 경남도의원, 최연식 이통장연합회 남해군지회장, 정철 새마을운동남해군지회장 등 5명으로 구성된 ‘제2남해대교 명칭 관철을 위한 남해군민 공동대책위원회’는 20일 오전 군청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남해군민의 정서와 의견을 무시한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법적 대응을 포함해 제2남해대교 명칭 관철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지명위 이의신청을 비롯해 명칭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행정소송 등을 순차적으로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남해 주민들도 “명칭을 뺏겼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존 교량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때는 ‘제2’ 또는 ‘신(新)’을 쓰는 것이 관례라는 주장이다. 또 남해안을 대표하는 교량이어서 ‘남해’가 들어가야 한다는 논리다.

● 자축 펼침막 내건 하동군

하동군은 지명 확정을 환영했다. 군은 “노량대첩이 교과서에 실릴 만큼 ‘노량’이라는 지명의 인지도가 높다. 하동과 남해에 공통적으로 ‘노량’이라는 지명도 있다”고 밝혔다. 두 지방자치단체가 상생할 수 있는 명칭이라는 반응이다.

하동군과 지역 사회단체 등은 곳곳에 축하 펼침막을 내걸었다. ‘화합과 상생의 길 노량대교로 명칭 선정’ ‘이번엔 제대로 된 교량명칭 노량대교’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남해고속도로에서 하동을 거쳐 남해대교를 건너다니는 남해 군민들은 이 펼침막을 보면서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하동군의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두 자치단체의 갈등을 6월 지방선거와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선거를 앞둔 지자체장과 지방의원들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6월에 하려던 새 교량 준공식은 공기 지연으로 9월로 연기됐다. 지금 분위기라면 준공식도 축제의 장이 되기보다는 반목의 자리가 될 우려가 크다.

행정소송과 관련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우선 행정소송 대상이 되려면 행정청의 ‘처분’이어야 하고, 그 처분이 대외적이면서 권리 의무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 처분으로 보지 않거나, 권리 관계에 변동이 없다는 판단이면 각하될 가능성도 있다. 법원이 소송 대상으로 인정해 재판을 하더라도 결과 예측이 어렵다.

자치단체 간 대립이 계속되면서 노량은 ‘승리의 바다’이지 특정 지자체의 소유가 아니며, 노량대교 역시 ‘중립적인 명칭’이라는 평가가 이래저래 무색해지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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