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한파에 난방 끊겨 7시간 덜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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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6만가구 악몽의 밤

서울의 체감온도가 영하 23.1도까지 떨어진 24일 오후 노원구와 중랑구 일대 주민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아파트마다 “배관 공사로 온수와 난방 공급이 중단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이날 오후 7시 25분 노원구 중랑천 지하에 설치된 온수 배관이 터진 탓이다. 한파가 원인이었다.

이 때문에 노원구와 중랑구 아파트 6만4674가구의 온수와 난방 공급이 대부분 중단됐다. 일부 공급이 가능했던 곳도 평소보다 훨씬 온도가 낮은 미지근한 물이 공급됐다. 관리사무소마다 “언제 복구되느냐”는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

서울에너지공사는 직원 20여 명을 급파해 긴급복구에 나섰다. 다행히 예상보다 2시간가량 빠른 25일 오전 2시 40분경 복구가 완료됐다. 하지만 주민들은 7시간 넘게 혹한과 싸워야 했다. 당장 씻지도 못한 주민들은 전기포트와 냄비로 물을 덥혀야 했다. 냉기가 올라오는 바닥을 피해 온 가족이 전기매트 위에서 얼싸안았다. 찬물로 샤워한 뒤 드라이어로 몸을 덥혔다는 고교생도 있었다. 노원구 A아파트 주민 윤모 씨(44)는 “하필 제일 추운 날에 (배관이) 터졌다. 다행히 전기는 들어오니까 전기포트랑 전기매트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노심초사했다. 신모 씨(34·여)는 25일 “온수 중단 방송을 듣자마자 3세, 5세 두 아들을 씻겼다. 서둘렀는데 벌써 미지근해 ‘고양이 세수’만 시켰다”고 말했다. 정모 씨(43)는 “두 살배기 딸을 씻기려고 냄비 3개에 커피포트 1개로 새벽까지 물을 데우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말했다.

임신부도 마찬가지였다. 노원구 B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모 씨(60)는 25일 “딸이 한 달 뒤 출산이라서 집에 와 있는데 난방이 안돼 이불을 여러 겹 겹쳐서 덮고 온열기도 내내 틀었다. 다행히 새벽 3시부터 난방이 됐다”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서모 씨(52·여)는 “세탁기가 언 건 봤지만 온수 배관이 터진 건 처음이다. 아파트였기에 망정이지 주택이었으면 더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한파가 주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되자 26일 오전 9시 기준으로 수도계량기 동파 예보를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한다.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 복도식 아파트의 경우 계량기함에 헌 옷이나 솜 등 보온재를 채워야 한다. 동파가 의심될 때는 서울시 다산콜센터(120) 또는 관할 수도사업소로 신고하면 된다.

배준우 jjoonn@donga.com·사공성근·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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