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아빠, 자랑스러워요” 상패 꼭 쥔 열살 민솔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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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영예로운 제복賞 시상식]

동아일보와 채널A가 선정한 ‘제7회 영예로운 제복상’ 수상자들이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상패를 들고 
동료와 가족 앞에 나란히 서 있다. 왼쪽부터 고 이호현 소방교의 아버지 이광수 씨, 고 이영욱 소방경의 아들 이인 씨, 박노식 
경감의 부인 강희순 씨, 정상태 경위, 정상은 대위, 양성우 경감, 하종우 경감, 오정근 지방소방위, 이상훈 준위, 천희근 
지방소방장, 고 박인규 경위의 딸 박민솔 양.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동아일보와 채널A가 선정한 ‘제7회 영예로운 제복상’ 수상자들이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상패를 들고 동료와 가족 앞에 나란히 서 있다. 왼쪽부터 고 이호현 소방교의 아버지 이광수 씨, 고 이영욱 소방경의 아들 이인 씨, 박노식 경감의 부인 강희순 씨, 정상태 경위, 정상은 대위, 양성우 경감, 하종우 경감, 오정근 지방소방위, 이상훈 준위, 천희근 지방소방장, 고 박인규 경위의 딸 박민솔 양.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생사가 오가는 현장에서 그들이 버틸 수 있었던 건 제복의 힘이었다. 그리고 이날 그들이 입은 제복은 어느 때보다 더욱 빛났다.

10일 오후 3시 ‘제7회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이 열린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나라와 국민을 위해 온몸을 던진 수상자 11명의 이름이 불렸다. 그리고 이들의 모습이 시상식장 정면 스크린에 차례로 나타났다.

“고 박인규 경위님.”

아들의 이름이 울려 퍼지자 어머니 구정숙 씨(60)는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박 경위(당시 40세)는 지난해 8월 갑자기 두통을 호소한 뒤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표창을 18번이나 받은 모범 경찰이자 성실한 남편 그리고 착한 아들이었다. 단상에는 아빠를 대신해 딸 민솔 양(10)이 올랐다. ‘우리 아빠는 가족을 위해 성실하게 일한다. 존경스럽다’는 글을 써서 박 경위를 웃게 만든 기특한 딸이다. 민솔 양은 아빠의 이름이 새겨진 상패를 꼭 쥐고 있다가 시상식이 끝나자 작은 가방에 소중히 담았다. 박 경위의 아내 이연실 씨(44)는 “성실했던 남편의 희생정신을 누군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상을 받게 돼 위안을 받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고 이영욱 지방소방경(당시 59세)과 고 이호현 지방소방교(당시 27세)의 모습이 나타나자 시상식장이 숙연해졌다. 두 사람은 지난해 9월 17일 강원 강릉시 경포대 근처 석란정(石蘭亭)에서 잔불 정리를 하다가 숨졌다. 이 소방교의 아버지 이광수 씨(56)는 아들의 모습을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아들 대신 상을 받으며 이 씨는 입술을 꽉 물었다. 이 소방교는 누구보다 용감한 대원이었다. 반면에 아버지 눈에는 애교 많은 아들이었다. 이 씨는 “아마 하늘에서도 불을 끄고 있을 겁니다. 상까지 받았으니 ‘잘했다’라고 말해줘야 하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산불 나면 며칠씩 집에 오지 않는 소방관.’ 이 소방경의 아들 이인 씨(36)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모습이다. 이 씨는 “아버지는 ‘가장 빨리 현장에 투입되고 가장 늦게 나오는 것이 바로 소방관’이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 그만큼 사명감이 투철했던 분”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박노식 경감(53)은 지난해 10월 실종자 수색 중 추락해 뇌수술까지 받았다. 지금도 몸이 불편해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박 경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실종자 수색은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당연한 일에 상을 받으니 과분하다”고 말했다.

특별상을 받은 천희근 지방소방장(44)은 “다들 헌신하는데 내가 이런 상을 받아 부끄럽고 민망하다”고 말했다. 그의 왼쪽 귀 뒤에는 2004년 전남 여수시 고시원 화재 현장에서 입은 화상 흔적이 여전하다. 천 소방장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 차량 사고 때 폭발 직전 34명을 대피시켰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웃었다.

정상은 대위(34)는 “지난해 12월 딸이 태어난 데 이어 상까지 받았다. 아무래도 딸이 ‘복덩이’인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정 대위는 2016년 5, 6월 야간 경계작전 중 불법 채취 작업을 벌이던 민간 잠수부를 적발했고 지난해 9월 사고로 중상을 입은 노인을 응급실로 옮겨 목숨을 구했다.

이상훈 준위(52)는 한 달의 절반 이상을 훈련으로 보낸다. 후배들은 그를 ‘신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이 준위는 “함께 위험한 작전을 하는 후배가 많다. 이들을 대표해 내가 상을 받은 걸로 생각한다”며 웃었다.

시상식에 앞서 특별 승진 임용식이 진행됐다. 대상을 받은 양성우 경위와 제복상을 받은 하종우 경위는 경감으로 승진했다. 오정근 지방소방장은 지방소방위로 승진했다. 양 경감은 상금 3000만 원을 “학교 밖 청소년을 돕고 이들의 사회 진출을 지원하는 데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위민경찰관상을 받은 정상태 경위도 “상금을 참수리재단에 내놓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정경두 합동참모본부 의장, 박경민 해양경찰청장, 민갑룡 경찰청 차장, 우재봉 소방청 차장, 임채청 동아일보 대표이사 부사장 등 내외빈과 수상자 가족, 동료들이 참석했다.

권기범 kaki@donga.com·윤솔 기자

● 영예로운 제복상 수상자


◇대상
양성우 경감(서울 은평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제복상
정상은 대위(육군 제39사단 118연대)
이상훈 준위(해군 55전대 해난구조대)
하종우 경감(부산해양경찰서 수사과)
오정근 지방소방위(강원 원주소방서)

◇특별상
천희근 지방소방장(전남 강진소방서)

◇위민경찰관상
고 박인규 경위(경기 화성서부경찰서)
박노식 경감(제주 제주동부경찰서)
정상태 경위(부산 동래경찰서)

◇위민소방관상
고 이영욱 지방소방경(강원 강릉소방서)
고 이호현 지방소방교(강원 강릉소방서)

● 심사위원

정상명 전 검찰총장(심사위원장)
이현옥 상훈유통 회장
안동범 세무법인 로고스 회장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영예로운 제복상#miu시상식#제복#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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