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자진출두 피의자 긴급체포 위법”… 전병헌 측근 석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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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진-임관빈 풀어준 판사, e스포츠協 사무총장 구속적부심 석방
검찰 기존 수사관행에 제동… 檢내부 “이해 어려운 결정” 불만
이종명 구속적부심 청구는 기각

법원이 롯데홈쇼핑이 한국e스포츠협회에 낸 후원금을 유용하고 돈세탁한 혐의로 구속된 e스포츠협회 사무총장 조모 씨(46)에 대한 구속적부심에서 검찰이 조 씨를 긴급 체포한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석방을 결정했다. 전병헌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59)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이어 전 전 수석의 측근인 조 씨까지 풀려나면서 검찰 수사는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신광렬)는 30일 “도망 및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조 씨의 석방을 명했다. 앞서 15일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조 씨에 대해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보름 만에 영장재판 결론을 뒤집은 것이다. 신 수석부장판사는 앞서 22일에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68), 24일에는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64)을 구속적부심에서 풀어준 바 있다.

석방 결정의 주된 이유로 신 수석부장판사는 자진 출두한 피의자를 장시간 조사한 뒤 긴급체포한 검찰 수사 관행의 위법성을 지적했다. 긴급체포 제도는 긴급성이 충족될 때 제한적으로 하도록 돼 있는데 스스로 검찰에 출석해 신병이 이미 확보된 피의자를 긴급체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조 씨는 13일 오전 10시 검찰에 자진 출두해 조사를 받다가 14일 오전 1시경 긴급체포됐다. 조 씨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범행 사실을 일부 자백했지만 긴급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4일 조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이튿날 법원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거쳐 영장을 발부했다. 조 씨는 전 전 수석의 전 비서관 윤모 씨 등이 e스포츠협회 자금을 빼돌리는 과정에 공모한 혐의다.

피의자는 긴급체포를 당하면 48시간 내에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데다 통상 영장 청구 다음 날 곧바로 영장실질심사가 열려 방어권 행사에 어려움이 있다. 법원의 이번 판단은 긴급체포를 피의자를 압박하는 수단과 구속영장 청구의 준비 단계로 활용해온 기존 검찰 수사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어서 향후 법원과 검찰의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이날 조 씨 석방 결정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며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수사팀 내부에서는 “긴급체포를 적법하게 했고 그래서 영장전담판사도 영장을 발부한 것 아닌가. 영장 발부 이후 사정이 바뀐 것이 없는데도 구속적부심을 인용하고 석방 결정을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왔다.

조 씨가 풀려남에 따라 비슷한 과정을 거쳐 구속된 피의자들도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병기 전 국정원장(70)도 13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다가 이튿날 오전 3시 긴급체포 당한 끝에 17일 구속됐다.

이날 같은 재판부는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댓글부대 일명 ‘사이버 외곽팀’에 국정원 예산 수십억 원을 지급한 혐의(국정원법 위반 등)로 구속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60)에 대해서는 “기존 구속영장 발부가 적법하다”며 구속적부심 청구를 기각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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