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책임져야”… 들끓는 檢내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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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검사 투신자살 파문 확산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방해 의혹 수사 도중 터진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48·사법연수원 23기)의 투신자살로 검찰 내부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당초 내세웠던 검찰개혁 공약과 달리 오히려 검찰을 정치적 사건의 한복판으로 등 떠밀고 있는 상황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는 분위기다.

○ “잘못된 인사가 화근”

7일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수사를 주도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57·23기) 등 수사팀에 대한 문책론이 나왔다. 국정원 소속 정치호 변호사(42·38기)가 지난달 30일 검찰의 출석 요구를 받고 자살한 데 이어 변 검사마저 목숨을 버린 데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일선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수사팀에 대한 인사 조치를 법무부에 건의하거나 윤 지검장 스스로 거취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2009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와 비교하는 이들도 있다. 수사팀 외에는 알 수 없는 내용들이 줄줄이 언론에 새나가며 ‘망신 주기’ 수사를 했고 그 결과 수사 대상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과정이 닮은꼴이라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과거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이런 식으로 창피하게 수사할 거면 차라리 경찰에 수사권을 주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인사가 이번 사건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8월 검찰 중간 간부 인사에서 2013년 ‘댓글 사건’ 수사팀이었던 검사들은 진재선 검사(43·30기)가 공안2부장, 김성훈 검사가 공공형사수사부장(42·30기)으로 발령 나며 사실상 공안 라인을 점령했다.

댓글 사건을 재수사하기 위한 라인업을 구축한 것이다. 이들을 지휘하는 2차장에도 공안통 대신 윤 지검장과 가까운 특수통인 박찬호 차장검사(51·26기)를 앉혔다. 게다가 청와대 민정수석실도 댓글 수사팀 출신인 박형철 대통령반부패비서관(49·25기)과 친노 정치인인 백원우 민정비서관(51)이 점령했다. 적폐 청산 수사 과정에서 야당 역할을 하며 균형추가 될 인사가 없는 실정이다.

○ 수사팀 “계속 철저하게 수사할 것”

국정원 수사팀은 7일 “해오던 대로 철저히 수사하겠다”며 변 검사의 자살로 인해 수사 흐름에 변화를 줄 생각은 없다는 자세다. 수사팀 관계자는 “(수사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것은 변 검사의 진술로써 확인된다”고 말했다.

이날 변 검사의 빈소에서 유족들은 “검사들 조문은 더 이상 받지 않겠다. 정권이 바뀌면 어떻게 될지 두고보자”며 오열했다. 변 검사의 모친은 “사람 죽여 놓고 축하한다고 꽃을 보내는 거냐”며 국정원장 명의의 화환을 부쉈다. 또 조문을 온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유족들은 “무슨 적폐 청산이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박 장관은 조문을 마친 뒤 곧바로 빈소를 빠져 나갔다.

경찰은 변 검사의 죽음을 투신자살로 최종 결론지었다. 유족이 원치 않는 점을 감안해 부검을 하지 않기로 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허동준·황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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