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국립대 특집]제주 지속성장의 씨앗, 제주대가 품고 키운다

  • 동아일보

제주대 아라캠퍼스
제주대 아라캠퍼스

제주는 국제자유도시, 문화유산의 가치 제고, 청정 환경을 활용한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 등 3가지 핵심테마를 일관되게 추진해왔다. 그 결과 전례 없는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해외여행 자유화로 동남아와 주변국 등에 빼앗겼던 관광객이 다시금 몰려들었다. 올해 170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020년 전후로 관광객 2000만 명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생활환경도 변모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우리나라에 등록된 전기자동차는 1만5869대. 이 중 46%가 제주특별자치도에 등록돼 있다.‘탄소 없는 섬(Carbon Free Island Jeju)2030’계획에 따르면 2030년 전체 전력의 5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산업구조 또한 바뀌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화장품, 기능성식품, 항노화 관련 원재료 연구와 기능 규명 등 바이오산업의 투자 확대로 관련 소비가 점차 늘고 있다. 제주산 원재료를 구하려는 산업체들의 유입으로 국내바이오 산업의 메카로 거듭나고 있다. 최근에는 제주의 원료로 제주에서 생산하는 제품임을 인증하는 ’메이드인 제주(Jeju Cosmetic Cert)‘ 인증제를 통해 제주의 브랜드 파워도 커지고 있다. 체험과 생산이 연계된 새로운 관광상품, 인터넷과 IoT를 활용한 서비스산업, 의료와 교육관련 서비스, 제주의 이미지를 활용한 브랜드 마케팅 등 1, 2, 3차 산업이 혼재된 이른바 ’6차 산업‘의 결실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는 것이다. 1995년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이래 혼돈을 거듭하던 제주발전의 ’씨앗‘들이 뿌리를 내리는 모양새다.

이러한 변화를 두고 제주도민사회는 제주 고유의 환경파괴나 지역 산업이 외지자본에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결국 과제는 ’지속가능성‘과 ’자기주도형‘ 발전을 이룰 수 있는가이다.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인재‘라는 두 개의 키워드를 만족시켜야 한다. 연구력이 모자라는 초기 기업이나 중소기업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제주지역의 기업구조로 볼 때, 제주대의 산학협력을 통한 기술개발 지원이 절실하다.

‘자기주도형’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의식, 제도, 예산, 리더십 등 사회 전체적인 역량이 필요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제주 지역공동체에 지적 리더십을 제공해야 하는 제주대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제주 지역 산업 환경과 연계한 특성화분야 집중 지원

교육, 연구, 산학협력이 융·복합화하는 종합적 산학협력 사업이 대학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요즘 제주대는 지역 내 유일의 국립대학이면서 연구와 교육, 산학협력의 허브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이러한 미래 주력 산업분야의 인력양성과 연구·기술개발이 가능하고, 공용장비나 기업지원 시스템을 갖춘 곳은 제주대가 거의 유일하다.

제주대는 또한 대학 중장기 계획 수립이나 특성화분야에서 지자체와 궤를 맞추어 성장해 왔다. 시대 변화에 따라 지역과 대학이 독자적인 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절박감과 공동체 정신이 강한 제주지역에서의 대학 책무성을 강조해온 것이다.

제주대의 특성화분야는 해양바이오, 아열대생물, IT융합과 청정에너지, 제주문화와 창의융합 MICE 등 4개 분야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주력산업은 물응용, 관광·디지털 콘텐츠, 청정헬스푸드, 풍력·전기차 서비스 등 6개 분야며 경제협력권 산업으로는 휴양형 MICARE, 화장품 뷰티 산업이다. 대학의 특성화분야와 지역의 주력산업이 거의 일치하고 있다.

연구개발 양상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제주대가 올해 9월 현재 수행 중인 학술연구 및 용역, 기술개발사업 등 외부과제는 1200여 개이며 이 중 제주특별자치도와 도내 유관기관이 지원하는 과제는 160개 내외다. 학술연구 용역보다는 바이오산업, 신재생 에너지, 문화·관광콘텐츠 등 지역산업에 파급력이 있는 산학협력 중심의 공공기술개발사업과 질병관리, 친환경농업과정 등 행정기관이 직접 수행할 수 없는 공공서비스 사업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제주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한 창의인력 양성을 위해 제주대가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

먼저 ‘탄소 없는 섬 2030 계획’의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 △스마트그리드와 재생에너지 마케팅 및 시제품 제작을 위한 기업지원 △관련 산업 부품소재 분야 기술개발 사업 △청정에너지 산업의 기술 고도화 기반 마련을 위한 전문가형 인력 양성 등 삼위일체형 전방위적 지원 시스템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다음으로 제주 말 산업 특구 지정에 따라 말 6차 산업의 체계적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제주 말 산업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제주대 목장 터에 조성된 종합승마타운에서의 말 산업 현장 맞춤형 교육 시스템 구축과 현장 참여교육 확대에 주력한다. 최근 말 전문 동물병원이 신축돼 임상진료와 현장실무 능력을 갖춘 수의사 양성과 기존 산업동물 수의사에게 필요한 전문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도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주민참여형 풍력발전 산업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제주대는 육·해상풍력시스템에 대한 기술력 확보와 인재양성을 목표로 풍력특성화 대학원 인력양성사업에 선정돼 운영 중이다.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 보전 지역인 제주의 생물종 다양성은 ‘천연화장품 산업’의 근간이며 제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제주대는 국내 국립대학 중 유일하게 화장품 분야의 특성화 교육을 하는 화학·코스메틱스학과와 생물 다양성의 탐구·보존·이용을 교육하는 생물학과를 융합한 특성화 교육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2016년도에 선정된 ‘제주산학융합지구 조성사업’은 기업과 학계가 공동으로 캠퍼스를 만드는 IT와 BT의 결합사업으로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에 조성하고 있다.

또한 제주문화콘텐츠 창의인재 양성사업을 통해 창의적 인문학 교육과 지원으로 미래형 문화콘텐츠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특히 독자적인 문화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제주문화원형 전문인력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제주지역에서도 최근 다양한 산학협력 활동을 통한 대학의 역할과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대학의 산학협력은 지식의 창출, 활용, 확산을 가능하게 하는 메커니즘으로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산업 클러스터의 형성과 발전에 핵심적 요소이며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다.

정부도 지역균형 개발과 지방분권의 성패가 지역 국립대를 비롯한 지방대학의 발전에 달렸다고 보고 정책 역량을 쏟을 태세다. 지역인재 유출을 막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학과 지역의 발전을 위해 대학 경영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변화의 시기다.

▼ 지역균형 가치 회복위해 거점국립대 역할 필요 ▼


송재호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사진)은 30일 지역균형발전을 추진하는 방안중 하나로 지방 국립대학의 역할 확대를 강조했다. 송 위원장은 “지역균형발전의 가치가 무너져 전국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양극화가 깊어진 상황에서 이의 해결을 위해 거점국립대의 역할이 재조명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거점국립대학이 지자체 및 지역전략산업과 힘을 합쳐 경제 산업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지역을 선도하며 지역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어야 한다”며 거점국립대학의 분발도 촉구했다. 송 위원장은 또 “거점국립대학들이 축적된 연구 인프라를 바탕으로 지역산업 혁신과 발전에 도움을 줘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인재들이 지역에 머무르게 할 뿐 아니라 인구 유입도 촉진시킨다면 과도한 수도권 집중을 완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 경쟁력은 국가 경쟁력의 근원이며 특히 지역 국립대학의 발전은 지역 발전의 구심점으로 작용해 국가균형발전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국립대학은 고등교육의 핵심 주체로서 국가와 지역발전에 기여할 창의적 인재 양성과 지방자치단체, 기업, 지역주민과 협력해 효과적인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제주대 교수이기도 한 송 위원장은 “제주대의 발전이 곧 제주도의 발전이라는 인식을 가질 때 대학과 지역의 상생을 가져올 수 있다”며 “제주대가 지역 고유의 자원과 잠재력을 활용해 특색에 맞는 ‘지역 주도의 자립 성장기반’ 확보를 위해 모든 역량을 기울인다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승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
#거점국립대#지방대#제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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