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가정폭력 시달리다 남편 살해한 아내, ‘정당방위’ vs ‘살인은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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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0월 20일 14시 32분


사진=동아일보DB
사진=동아일보DB
37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려온 아내(61)가 남편(61)을 돌로 수차례 내리쳐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4년을 선고 받자 네티즌들은 ‘정당방위인데 형이 과하다’는 의견과 ‘살인은 살인이다’라는 의견으로 갈려 논쟁을 폈다.

춘천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다우)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모 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김 씨는 지난해 3월 23일 오전 1시 30분께 거실에 있던 장식용 돌(2.5~3kg)로 남편을 수차례 내리쳐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김 씨는 모임을 갔다가 오전 1시 10분경 귀가했으며, 늦은 귀가에 화가 난 남편은 김 씨의 머리채를 잡아 넘어뜨리고 유리잔을 집어 던지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그러자 김 씨는 장식용 돌로 남편의 머리를 수차례 내리쳤고, 바닥에 쓰러져 출입문 쪽으로 기어가는 남편의 머리를 또 수차례 내리쳐 살해했다.

김 씨는 재판에서 당시 사건을 기억하지 못 하며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37년간 가정폭력을 당해왔고 사건 당일에도 자신을 무자비하게 폭행해 극도의 공포와 생명의 위협을 느껴 방어 차원에서 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나머지 가족도 김 씨의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9명은 모두 유죄를 평결하며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남편의 머리를 돌로 내리쳐 살해한 범행이 매우 잔혹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37년간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자녀들을 위해 참고 견뎌온 점, 가정폭력에 정신적·육체적으로 시달린 나머지 우발적으로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오랫동안 지켜봐온 이웃과 가족들이 선처를 구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누리꾼 반응은 “정당방위가 맞는 것 같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정당방위 맞는 거 같다. 무엇보다 엄마가 오죽했으면 그럴까 지난 속사정을 다 아는 자녀들이 선처를 호소하는데도 4년 징역이라니(icei****)”, “망자를 탓하고 싶지는 않지만 부부라는 이름 아래 가정폭력, 성폭력 근절되어야 한다. 그래서 오죽하면 그랬을까 하는 말이 나오는 거다(csg1****)”, “37년 동안 맞으면 누구나 정신병 걸린다. 저렇게 안 하면 내가 죽겠는데 정당방위지(gues****)” 등의 댓글이 달렸다.

김 씨처럼 가정폭력이 만연한데도 가정사로 치부되어 쉬쉬하는 경우가 많고, 결국 사건으로 이어져 안타깝다는 반응도 많다. “나도 결혼 10년 차인데 남편이 허구한 날 뭐 집어던지고 때려 부수고 욕설에 미치겠다. 자영업을 하다 보니 24시간 동안 붙어 지내는데 마음에 응어리가 너무 크다. 이혼도 안 해주고(gkxm****)”, “나 아는 분도 가정폭력 지속적으로 당하면서도 쉬쉬하고 사심. 내 눈으로 그걸 목격했는데 심장 떨려 죽을 뻔. 근데 그분 하시는 말씀이 자기가 이혼하고 어디 가 살아도 자기 찾아낼 거라 하심. 이런 사람이 욱하면 결국 이 사단 날 듯(khwa****)” 등의 댓글이 달렸다.

반대되는 의견도 있었다. “아무리 폭력을 당했어도 미리 이혼을 하던지. 아니면 집을 나와 살던지 방법이 다양한데 살해라는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는 거 참 잘못됐다 생각된다(awes****)” 등의 댓글이 달렸다.

김가영 동아닷컴 기자 kimga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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