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학 사건 초동수사 부실 논란, 표창원 “경찰관 간 소통부족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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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0월 16일 11시 38분


사진=표창원 의원/동아일보DB
사진=표창원 의원/동아일보DB
‘어금니 아빠’ 이영학에 대한 초동수사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경찰대 교수 출신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내 추락사건에 대한 내사를 행하는 경찰관들과 실종을 접하는 지구대 경찰관들 그리고 여성 청소년계 사이에 칸막이가 대단히 높다고 볼 수 있다”며 경찰이 사건의 심각성을 알아채지 못 한 이유 중 하나가 ‘소통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경찰이 이영학에게 살해된 김모 양의 실종을 단순 가출로 판단하고 수사에 나선 사실이 알려졌으며, 피해자 부모는 경찰이 초동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양의 부모는 14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CCTV 확인, 사다리차 동원 등을 경찰이 아닌 자신들이 모두 직접 했다고 말했다. “형사가 그런 게 아니다. 제가 교회에 들어가서 애를 잃어버렸다. 구구절절이 말해서 CCTV를 보게끔 허락 받았다”며 “사다리차도 우리가 사설로 불렀다”고 말했다. 또 부모가 이영학의 집을 찾아내어 경찰을 데려갔지만 영장이 없다는 이유로 주저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이 집 하고는 연관이 없는 것 같다고 말씀하더라. 제가 ‘형사님 전 이 집이 발길이 안 떨어진다’라고 말했다”라고 했다.

표 의원은 16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경찰이 해당 사건에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 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김 양의 실종신고가 들어왔을 당시 이영학 계부의 며느리 성폭행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진 때였다. 지난달 1일 이영학 부인 최모 씨는 시아버지로부터 8년간 성폭행을 당했다며 고소했고 경찰이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영장을 3차례 기각했다. 2번째 기각 후 최 씨는 투신자살했다.

이런 사건이 있었던 이영학의 집에 김 양이 놀러 갔다가 실종됐는데도 경찰은 ‘단순 가출’로 판단하는 등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 했다. 이에 표 의원은 “유사한 지역, 대상자와 관련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경찰관 간 소통과 기록의 검토 등이 이루어지지 못 하는 경찰구조가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두 번 째 이유로는 “실종사건 자체가 너무 가볍게 다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90% 이상은 단순 가출이나 오해, 연락 두절이다. 그래서 다시 돌아온다”며 “실종사건이 발생했을 때 많은 숫자에 기대면서 별일 아닐 거라고 생각하다 보니까 코앞에서 다른 부서에서 심각한 내사사건이 진행 중인데도 모른 거다. 찾아본다면 찾을 수 있는 사건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경찰의 소극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영장이나 강제수사 기능 없이도 초인종 눌러서 이영학이 나오면 ‘혹시 이 피해자 가족이 찾고 있는데 잠깐 들어가도 되냐’ 요청할 수 있다”며 “문제가 없다면 들어오라고 한다. 들어가서 문을 다 열어본다면 딸이 당연히 발견됐을 테고 들어오지 못 하게 막는다면 이상한 조짐이니까 바로 영장 발부 받든지 강제 진입을 할 수 있게 되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또 표 의원은 경찰이 수사에 위축돼 있다고 설명했다. “내사사건을 전혀 모르니까 증거도 없이 남의 집에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냐. 그런 두려움(이 있는 거다). 그리고 일상적으로 경찰의 업무 집행 중에 일어난 손실에 대해서 보상도 잘 안 이루어지고 상대방이 경찰관을 고소하는 일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표 의원은 “이번 사건도 감찰조사 벌여서 현장 경찰관 몇 명 징계하고 끝내버릴 우려가 있어서 대단히 걱정된다”며 “우리 경찰은 왜 이 모양인가에 대한 좀 더 근본적인 진단과 처방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가영 동아닷컴 기자 kimga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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