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A외국어고 1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 양(16)은 올해 A외고에 정원 외로 특례 입학했다. 김 양이 이 전형으로 입학할 수 있었던 건 미국에서 부모와 함께 2년 반 동안 살았기 때문이다. 김 양은 대기업에 다니는 아버지가 미국 지사로 발령받으면서 2014년 초 한국을 떠난 뒤 지난해 가을 3학년 2학기 때 국내 중학교에 편입했다. 이어 국내에선 중학교를 한 학기만 다니고도 A외고에 지원해 합격했다. A외고 관계자는 “김 양처럼 특례 입학한 학생의 부모는 대개 대기업에 다니거나 공무원”이라고 했다.
국내에선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입학할 수 있는 자율형사립고나 외국어고에 2년 이상 외국에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수월하게 ‘정원 외’ 입학하는 학생이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관련 규정이 ‘금수저 전형’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반면 9년 이상 외국에서 살다 귀국한 학생들은 오히려 ‘정원 내 선발’하도록 하고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이철규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받은 ‘서울시내 고교 특례 입학 현황’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14∼2017년) 서울시내 고교에 특례 입학한 학생 1070명 중 88.2%에 이르는 944명이 ‘유형2-가’로 입학한 학생이었다. ‘유형2-가’는 부모와 함께 외국에서 2년 이상 거주하며 외국 학교에 재학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와 국내 중학교에 편입한 졸업생을 뜻한다. 해당 유형 학생들은 정원의 2% 이내에서 정원 외 선발 대상이 된다.
문제는 유형2-가로 고교에 입학한 학생의 절반이 국내 학생과 학부모들이 선망하는 자사고나 외고에 입학했다는 점이다. △2014년 117명(43.8%) △2015년 109명(46.4%) △2016년 125명(53.6%) △2017년 121명(57.9%)이 유형2-가로 자사고나 외고에 정원 외 특례 입학했다. 매년 증가 추세로 최근 4년간을 합하면 944명 중 정확히 절반인 472명에 이른다.
유형2-가에 해당하는 학생의 정원 외 입학을 허용하는 건 외국과 한국의 교육과정이 달라 귀국한 학생이 한국 학교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외국 또는 북한에서 초등학교 및 중학교 교육과정을 9년 이상 이수한 학생(유형1)은 오히려 정원 내 선발하도록 하고 있다. 유형2-가 학생보다 해외 체류 기간이 길어 언어나 문화 차이를 극복하기 더 힘든 학생들은 거꾸로 국내 학생과 경쟁하도록 한 것이다. 유형2-가 특례입학이 단기 주재원이나 외교관 자녀를 위한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유형2-가 이외에 정원 외 선발이 가능한 학생에는 ‘유형2-나’ ‘유형2-다’ ‘유형3’이 있다. 유형2-나는 정부 초청이나 추천으로 귀국한 과학기술자나 교수 요원의 자녀이고, 유형2-다는 외국인 학생이다. 유형3은 탈북 학생이다. 하지만 이들 중 2014∼2016년 자사고나 외고에 진학한 학생은 없었다. 올해에만 이들 중 2명이 자사고에 진학해 유형2-가 학생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유형2-가로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의 이른바 ‘강남 8학군(현재 명칭은 강남학교군)’ 일반고교에 입학한 학생도 △2014년 77명(28.8%) △2015년 57명(24.3%) △2016년 53명(22.7%) △2017년 52명(24.9%)으로 매년 20%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올해 중3 딸이 서울시내 자사고에 지원할 계획인 권모 씨(44·여)는 “2년 이상 해외 체류 경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외고뿐 아니라 자사고까지 정원 외로 입학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의원은 “시행령 개정을 통해 특례 입학을 제한하거나 정원 내 선발을 원칙으로 하는 등 형평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유형2-가 형이란 ::
외국 학교에서 2년 이상 재학하고 귀국해 국내 중학교에 전입 편입하고 졸업한 학생(외국에서 부모와 함께 2년 이상 거주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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