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과 같은 버스 안 타던 백인 모습?” 부산대 ‘교수 전용 화장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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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0월 11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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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의 한 단과대 건물에 학생사용을 제한하는 ‘교수 전용 화장실’이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부산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에는 "지금 OO대에서 일어나고 있는 교수들의 갑질에 대해서 알고 계신가요?","학교내 공공시설인 화장실을 교수들 전용으로 사용하겠다고하여 물의를 빚고있는 상황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논란의 발단은 이 단과대 A동 화장실을 리모델링하면서 부터다. 글쓴이는 "(과거에는)시설이 매우 낙후되어 쾌적한 용변을 보기에는 열악한 환경이었고, 이때는 누구도 교수전용화장실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던중 2015년에 A동 화장실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하여 현대적인 시설로 뜯어고치고나자 갑자기 전임 학장께서 4개의 층 중 3층과 4층의 화장실을 교수전용으로 사용할것이라고 하였고 이는 학생들의 반발로 이내 철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올해 9월에 신임 학장이 새로이 취임하셔서는 또다시 3, 4층 화장실에 대해 학생측과는 일언반구의 협의도 없이, 교수전용화장실이라는 팻말까지 제작해 문에 붙여가며, 학생들이 낸 돈과 그 학생들의 부모님들께서 피땀흘려내신 세금으로 리모델링한 화장실을 교수들끼리만 쓰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였다"고 밝혔다.

그는 "교수들이 사비로 개선시킨것도 아닌 시설에 과연 무슨 권리로 독점적인 사용을 주장하는 것이냐?, 이러한 옹졸한 처사로 인하여 학생들은 텅텅 빈 3,4층의 화장실을 두고도 1,2층에 장사진을 이루어 볼일을 봐야하며, 심지어 여자교수님들은 몇분 계시지도 않는데도 여자화장실에 마찬가지로 제한을 두어 그 피해가 더 한 실정이다"고 전했다.

또 "4층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은 용변 한번을 보기 위해서 2층까지 내려가서 볼일을 봐야한다. 이에 반발한 학생들이 통보를 무시하고 3,4층 화장실을 이용하자 교수들은 추가로 학생출입금지를 알리는 문구를 A4지에 인쇄하여 화장실에 붙여놓았고, 한 학생이 교수와 언쟁을 벌이자, 학년과 이름을 요구하며 향후 불이익을 줄것같은 언행을 하였음이 목격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치 과거 미국에서 흑인과 같은 버스를 타기 싫어하는 백인들의 모습과 닮지 않았나 생각했다. 교수와 학생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선을 긋고 싶어하는 모습이 어떤 우월주의, 권위주의, 선민의식에서 비롯된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든다"고 지적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3, 4층은 교수 전용 화장실입니다. 학생들은 1, 2층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이 담겨있다.

학생회에 따르면 설문 조사 결과 학생의 88%가 교수 전용 화장실을 반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해당 단과대 관계자는 SBS에 "2년 전 리모델링을 하면서 A동 화장실 시설이 좋다 보니 학생들이 강의실이 많은 B동 화장실보다 A동 화장실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며 "교수 연구실이 많은 A동 화장실 이용을 조금 자제해달라는 취지에서 학장님이 건의하신 부분이다. 학생들이 화장실을 너무 함부로 쓰는 경향이 있어 교수들 사이에 불편하다는 건의가 많이 나왔다. 권위주의적 입장에서의 조치라기보다는, 교수들의 기본권을 위한 방어적 조치에 가깝다"고 해명했다.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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