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 멤버로 활동했던 가수 아유미의 일본 연예 활동 생활을 보여주는 TV 방송에 눈길이 갔습니다. 그런데 아유미보다는 그의 동거인이 더 흥미로웠습니다. ‘로보에몽’이라는 인공지능 로봇입니다.
아유미가 로보에몽에게 ‘오늘 날씨 어때요?’ 하고 물으면 온도와 습도까지 구체적으로 답해줍니다. 자신의 기분을 말하면 로보에몽은 위로의 말과 함께 기분에 어울리는 음악까지 골라 들려줍니다. 잠잘 때도 밥 먹을 때도 늘 옆에 두고 상호작용을 합니다. 외출할 때는 가방 속에 로보에몽을 넣고 다닙니다. 길을 물어보면 친절하고 정확하게 답해주고 맛있는 음식점도 알려줍니다.
로보에몽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AI)입니다. 프로그래밍된 대로 반응하는 기존 컴퓨터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무한의 데이터 처리 능력을 바탕으로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을 통해 스스로 배우면서 진화합니다.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Deep Mind)가 만든 ‘알파고’는 인간 두뇌 게임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 바둑을 정복했습니다.
여기서 몇 가지 문제를 검토해봐야 합니다. 만약 아유미가 자신의 재산을 로보에몽에게 상속하고자 한다면 가능할까요? 민법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권리능력(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므로 상속인이 될 수 없습니다. 권리능력은 자연인(살아 있는 사람)과 법인(법률에 의해 권리능력이 인정된 단체 또는 재산)에만 인정됩니다. 그런데 앞으로 인공지능이 더 발전해 인간과 똑같은 형상으로 체온과 감정까지 갖고 많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면 특정 조건하에 권리능력을 부여하는 나라도 있지 않을까요. 올해 1월 유럽연합(EU)은 인공지능 로봇에게 ‘전자 인간(electronic person)’의 법적 지위를 인정한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지금도 인공지능은 작곡을 하고 그림을 그리며 오페라 연기도 합니다. 인공지능이 어떤 소설을 썼다면 그 저작권은 누구에게 귀속될까요. 일하는 로봇에게 세금을 매겨야 하는지도 논란이 될 수 있겠지요. 이런 복잡한 문제 앞에 법제도의 정비가 시급합니다.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며 일자리를 잠식해 가는 인공지능 로봇은 인간의 경쟁자일까요, 협력자일까요. 과거 산업혁명기에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기계 파괴 운동이 벌어졌습니다. 이를 ‘러다이트(Luddite) 운동’이라 하지요. 정보화시대에 컴퓨터의 확산에 저항한 ‘네오 러다이트 운동’도 있습니다.
인공지능 시대는 과연 우리 인간에게 유토피아일까요, 디스토피아일까요? 유토피아를 꿈꾼다면 인간이 로봇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어야 하며 인간 소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편견과 오류에 의한 빅데이터로 인공지능이 만들어지거나,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자체 진화 로봇이 공격 성향을 지닌다면 그 피해를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인조인간 피노키오가 거짓말을 하면 코가 커지도록 한 발상은 인간의 통제권과 관련하여 함축하는 것이 있지 않을까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