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가 본 마광수는? “색마 아닌 진짜 ‘자유 주의자…학생들에겐 ‘젠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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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9월 5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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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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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 교수님은 진정한 의미의 ‘자유주의자’였다.”

5일 숨진 채 발견 된 마광수 전 연세대 교수의 제자라고 밝힌 누리꾼이 5일 온라인 커뮤니티 ‘엠엘비파크’에 올린 글이다.

“(마광수 교수님의 사망 소식을 듣고) 지금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문을 연 누리꾼은 “(마광수 교수님은) 가장 존경하는 분 중에 한 분”이라면서 “더구나 ‘우울증’에 의한 자살로 추정된다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연세대 학부시절에 교양과목인 ‘연극의 이해’를 듣고는 이 분의 생각에 깊이 매료되어 거의 모든 책을 다 찾아서 읽어 보았다. 당연히 제 가치관에도 큰 영향을 주셨다”면서 “워낙 큰 필화사건, 즉 ‘즐거운 사라’ 라는 외설(?)적인 소설을 썼다는 이유로 ‘구속 및 형집행’까지 받는 초유의 사건의 당사자인지라 피상적으로 접하시는 분들은 그냥 ‘색마, 색광’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본인이 자주 하셨던 말임) 제가 느낀 바로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주의자’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 분이 항상 주장하신 것은 문학, 예술 분야의 ‘권위주의’와 ‘엄숙주의’의 타파였으며, 이를 위해서는 모든 예술가는 모든 동물의 본성, 즉 야(野)한 것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셨다”며 “물론 ‘지식인’으로서의 본분, 즉 위정자 및 권력자에 대한 비판도 해야 하지만, 이는 ‘에세이’를 통해서 충분히 할 수 있으니 작가는 ‘소설’에서, 감독은 ‘영화’에서, 작곡가는 ‘노래’에서 인간의 본성에 충실한 작품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또 “마광수 교수님이 생각하는 인간의 본성은 ‘사랑 또는 성(性)’ 즉 ‘에로스’였고, 그래서 ‘플라토닉 러브’니 ‘아가페적 사랑’이니 하는 것은 다 기만에 불과하다고도 주장하셨다”면서 “(마광수 교수님은) ‘만지다보니 사랑하게 되는 거지 사랑하니까 만지고 싶은 게 아니다’라는 도발적인 말도 하셨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런 충격적인 생각은 사실 소위 ‘엄숙하신 분’들은 당연히 불편하게 생각했다. 참 웃기는 게 ‘책’을 맘에 안 들게 썼다고 구속시키고 형까지 살게 하는 게 말이 되느냐. ‘사상의 자유’, ‘생각의 자유’가 없는 나라라는 것을 공언한 꼴”이라면서 “완전히 동일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최근에 ‘표창원 의원’이나 ‘탁현민 행정관’을 두고 여성(저는 이분들이 진짜 여성주의자라고는 전혀 생각 안 하지만)들이 더 난리를 치는 것을 보며 적어도 우리 사회가 아직은 이런 부분에서는 여전히 ‘즐거운 사라’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적었다.

끝으로 “(마광수 교수님은) 항상 제자들에게 ‘젠틀’하셨다”면서 “지나가다 교정에서 뵙게 되어 반갑게 인사드리면 항상 90도로 함께 인사하셨던 기억이 난다. 이 시대의 진정한 ‘자유주의자.’ 겉으로는 점잖은 척 하면서 뒷구멍으로는 호박씨 까는 위선자들을 냉소하시던 교수님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부디 저 세상에서는 평안하시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마광수 전 교수와 추억을 공유했던 다른 누리꾼도 해당 글에 댓글을 달아 마 전 교수를 추모했다. 아이디 Blue****는 “저도 연극의 이해(를 들었다.) 기억나는 거라곤 강의 내내 줄담배 피우시던 거랑, 치마 입은 여학생들은 맨 앞줄에 앉으라던 것, 그리고 (홍익대 락밴드) 블랙테트라 지도 교수할 때 고양이 시체.. 아무튼 머리도 굉장히 좋고 또 그만큼 예민하셨던 건 기억이 난다. 그래서 더 힘드셨을까. 마음이 아프다”고 했고, 아이디 쿠**은 “쉬는 시간 짬짬이 종합관이나 위당관 앞에서 맞담배피던 시절이 생각난다”고 밝혔다.

마광수 전 교수는 이날 오후 1시35분쯤 서울 용산구의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마 전 교수가 우울증 약물을 복용해오던 중 유족이 자리를 비운 사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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