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당’이 대전컨벤션센터에 진출한 까닭은…

  • 동아일보

“학술대회 참석 외지인들에게 대전의 명문 빵으로 홍보해달라”
대전마케팅공사-대전시 요구로 대전역 입점 이후 5년만에 분점

대전의 대표 빵집 성심당의 DCC점에서 근무하는 제과제빵사 및 직원들이 1일 개점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대전의 대표 빵집 성심당의 DCC점에서 근무하는 제과제빵사 및 직원들이 1일 개점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대전의 대표 빵집인 ‘성심당’(대표 임영진)이 유성구 도룡동 대전컨벤션센터(DCC)에 분점을 냈다. 1956년 창업해 현 중구 은행동 본점에서 영업해 온 이후 2011년 롯데백화점 대전점, 2012년 대전역 입점에 이어 5년 만의 ‘외도’다.

지역에서는 성심당의 DCC 입점을 단순히 성심당의 사업 확장이라기보다는 ‘대전의 도시 브랜드 확장’이라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튀김소보루’, ‘판타롱부추빵’, ‘대전블루스’ 등 전국적 명성을 지닌 히트상품을 출시해 온 성심당은 그동안 서울과 수도권, 세종 등 전국 각지에서 분점 또는 가맹점 개설 요청을 받아 왔다. 하지만 ‘대전 이외 지역에는 진출하지 않는다’는 경영방침을 고수해왔다. 대전에서만 만들고, 대전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대전의 빵’을 만들겠다는 경영진의 뚝심 철학 때문이다.

이번 DCC 입점은 2년 전부터 계속된 대전마케팅공사와 대전시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DCC는 연중 각종 국제학술대회를 비롯해 전국 규모의 다양한 행사가 열려 외국인을 비롯한 외지인 방문이 잦은 곳이다. 더욱이 주변에 정부 출연 연구기관 및 민간연구소 등이 밀집한 대덕특구가 위치해 있다. 대전시는 대전에서 만들어지는 ‘명문 빵’이 DCC를 찾는 이들에게 먹거리로는 물론 도시마케팅 차원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대전역에 가면 방문객들이 한 손에 ‘대한민국 대전, 성심당’이라는 빵 봉투를 하나씩 들고 가는 모습이 이곳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 것.

성심당 측도 입점 전에 많은 고민을 했다. 우선 주변에 빵집이 없어야 한다는 게 1차 고려 대상이었다. 브래드 파워를 고려할 때 성심당이 입점할 경우 동네 빵집은 물론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제빵점조차 힘들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둘째는 현장에서 직접 빵을 굽고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될 수 있느냐는 점이었다.

이번에 문을 연 DCC점은 77평으로 규모는 작지만 현장에서 제과·제빵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최대한 확보했다. 직원 40여 명의 휴식공간도 마련했다.

1일 문을 열자 인근 주민들은 물론 이날 DCC에서 개막한 대전국제와인페어 참가자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고모 씨(56·대학교수·서울 도봉구)는 “‘대전에 가면 성심당에 들르라’는 말은 자주 들었으나 승용차로 대전역이나 복잡한 은행동 본점에 가기에는 불편했다”며 성심당의 출점을 반가워했다.

임영진 대표는 “빵을 파는 게 아니라 마음과 정성을 판다는 심정으로 회사를 운영해 온 결과 DCC점까지 개업하게 됐다”며 “DCC점에서는 마음과 정성을 더해 대전을 판다는 심정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성심당(聖心堂)은 함경남도 함주가 고향인 임 대표의 부친 임길순 씨(1981년 작고)가 1·4후퇴 때 월남한 뒤 1956년 대전역 앞에 찐빵 집을 차리면서 시작됐다. ‘국내 3대 빵집’ 중 하나로 꼽히며 세계적인 미식 지침서인 미슐랭 가이드에 성심당의 튀김소보루가 소개되기도 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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