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문쪽 불길에 아이들 갇혔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0일 03시 00분


中서 유치원버스 터널안 화재로 한국인 원생 10명 포함 12명 숨져

9일 오후 10시 반경(현지 시간) 중국 산둥(山東) 성 웨이하이(威海) 환추이(環翠) 구 타오자쾅(陶家. ) 터널 인근 도로. 한국국제학교 부설 유치원 통학버스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지 12시간이 넘게 지났지만 사고 원인 조사를 위한 현장 감식 등 때문에 현장 접근은 엄격히 통제되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터널 내부에 불빛이 밝혀져 있었다.

현장 통제를 맡고 있는 공안 관계자는 시신은 모두 시내의 모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유일하게 생존한 중국인 인솔 교사는 병원에서 긴급 수술을 받았다고 전했다. 주칭다오(靑島) 한국총영사관 상승만 부총영사는 “칭다오 시와 경찰 당국은 수습한 아이들 시신의 유전자(DNA) 검사를 통해 신원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참혹한 통학버스 9일 중국 산둥(山東) 성 웨이하이(威海) 시의 타오자쾅 터널에서 한국국제학교 부설 유치원 통학차량이 화재로 검게 그을린 채 서 
있다. 이날 오전 9시경 터널 안에서 다른 차에 부딪힌 통학차량에 불이 나 유치원생 11명과 운전사 1명 등 12명이 숨졌다. 
1명은 중상을 입었다. 아래 사진은 불길이 치솟고 있는 통학버스(아래쪽 사진 실선 안)의 모습. 재(在)웨이하이 한인회
참혹한 통학버스 9일 중국 산둥(山東) 성 웨이하이(威海) 시의 타오자쾅 터널에서 한국국제학교 부설 유치원 통학차량이 화재로 검게 그을린 채 서 있다. 이날 오전 9시경 터널 안에서 다른 차에 부딪힌 통학차량에 불이 나 유치원생 11명과 운전사 1명 등 12명이 숨졌다. 1명은 중상을 입었다. 아래 사진은 불길이 치솟고 있는 통학버스(아래쪽 사진 실선 안)의 모습. 재(在)웨이하이 한인회
주중 한국대사관과 중국 매체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경 3∼6세의 원생 11명과 교사 1명을 태우고 학교로 가던 통학버스가 타오자쾅 터널에 진입해 300여 m를 가다 앞에 가던 쓰레기 운반 차량을 들이받은 뒤 화염에 휩싸였다. 추돌 직후 버스 앞쪽의 출입문 근처에서 불길이 치솟아 어린이들과 교사, 운전사가 버스에 갇힌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해 진화 작업을 시작했을 땐 이미 사고 발생 10여 분이 지난 뒤였다. 사고 27분 만에 불길은 잡혔지만 생명을 구하기에는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칭다오 총영사관 관계자는 “운전사는 버스 중간 통로에서 발견됐다. 밖으로 나가는 탈출로를 만들려다가 연기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포털 펑황왕(鳳凰網)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는 사고 당시 주변 차량들이 사고 장면을 촬영하고 진화를 돕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펑황왕은 “버스에 큰불이 났지만 주변 차들이 멈추지 않고 통과했다”고 전했다.

사고 현장 사진을 본 한국 전문가들은 버스 출입문 앞쪽이 심하게 탄 것에 주목했다. ‘앞차와의 충돌로 인한 마찰’과 이어진 ‘연료탱크 폭발’이 사고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차량 앞쪽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연료탱크가 폭발하며 앞쪽 출입문이 막혔고, 버스 구조상 다른 비상구가 없어 아이들이 탈출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웨이하이 시 정부에 따르면 숨진 유치원생 11명은 모두 ‘웨이하이 중세(中世)한국국제학교’ 부설 유치원 소속으로 평소처럼 40여 분 거리의 유치원으로 가던 중 참변을 당했다. 10명이 한국 학생, 1명은 중국 학생이고, 한국 학생 가운데 5명은 이중 국적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아이들은 사흘 뒤인 12일 웨이하이 시 현지 뽀로로 테마파크로 단체 봄소풍을 갈 예정이었다. 2007년 설립된 이 학교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를 모두 배울 수 있어 현지 주재원 자녀뿐 아니라 한국에서 혼자 유학 온 학생들도 상당수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칭다오 한국총영사관은 시내 창웨이(長威) 호텔에 사고대책본부를 차리고 이수존 총영사 등 8명을 현장에 파견해 사고 수습 및 장례 절차 등에 대해 유족 및 칭다오 시 당국과 협의를 벌이고 있다.
 
웨이하이=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윤완준·김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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