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표현의 해방구’ 전주국제영화제 3주 앞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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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부터 영화의 거리 일대서 열려… 한국 독립 영화 발굴-지원 강화
58개국 229편 상영 역대 최다… ‘대선 영향’ 연휴 상영횟수 늘려

김승수 전주영화제 조직위원장(전주시장)이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올 영화제 상영작과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전주시 제공
김승수 전주영화제 조직위원장(전주시장)이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올 영화제 상영작과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전주시 제공
‘영화 표현의 해방구’를 슬로건으로 내건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가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올 영화제는 전주국제영화제의 기본 정신인 ‘표현의 자유·독립’을 강조하고 한국 독립영화 발굴과 지원을 강화했다. 당대의 정치·사회적 이슈들을 쟁점화한 작품을 모은 섹션도 신설했다. 표현의 자유 논란으로 내홍을 겪었던 부산영화제와의 차별화로 풀이된다.

개막을 앞두고 최근 개·폐막작과 상영작이 공개됐다. 상영작은 역대 최다인 58개국 229편(장편 179편·단편 50편)으로 늘어났다. 야외 상영장에 돔을 설치해 날씨와 상관없이 행사를 진행할 수 있다.

조직위원회 측은 올 영화제가 대통령 선거 열기에 묻힐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5월 초 징검다리 연휴 기간에 관객이 몰릴 것으로 보고 CGV 전주고사점 전관을 메인 상영관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이번 영화제는 27일부터 5월 6일까지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 영화의 거리 일대에서 열린다.

● 당대 이슈 다룬 ‘프런트 라인’ 섹션 신설

헝가리 출신 일디코 에녜디 감독의 영화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가 올해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정신이 미숙한 여주인공과 팔이 불편한 남주인공이 몸과 영혼의 불균형 속에서도 서로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폐막작은 ‘워터보이즈’와 ‘스윙걸즈’로 한국 영화 팬에게 익숙한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영화 ‘서바이벌 패밀리’다. 한 가정의 아버지가 도시가 정전되자 가족을 이끌고 자신의 고향으로 가는 여정을 그렸다. 재난 영화의 문법을 유지하면서도 도시 문명의 허술함을 경쾌하게 풍자한다.

조직위는 발칙한 상상력과 논쟁적인 주제, 혁신적인 스타일의 영화를 앞세운 ‘프런트라인’ 섹션을 신설했다. 매슈 하이너먼 감독의 ‘유령의 도시’는 시리아를 점령한 이슬람국가(IS)의 탄압에 맞선 저널리스트들의 투쟁담을 담았다. 가축 도살장에 공존하는 동물과 인간을 통해 살육의 시대를 성찰하는 영화 ‘목, 심장, 위’도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코리아 시네마 스케이프’에서는 열혈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의 사고방식을 해부하고 ‘박근혜 신화’가 어떻게 생겨나고 몰락하는지 질문하는 김재환 감독의 ‘미스 프레지던트’가 상영된다. ‘우리는 왜 21세기에 국정교과서를 강요받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영화 ‘국정교과서’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국 독립영화의 반등을 염원하는 의미에서 영화제 대표 프로그램인 ‘전주시네마프로젝트’는 모두 한국 영화로 꾸며진다.

● 진화한 야외 상영장 ‘전주돔’

상영작이 역대 최다인 만큼 영화관도 5개 극장 19개 관을 확보했다. 메인 상영관인 CGV 전주고사점은 전관을 사용하기로 했다. 돔 스타일의 대형 텐트로 시공되는 ‘전주돔’에서는 개·폐막작이 상영되고 각종 공연과 관객 파티가 열릴 예정이다. 조직위는 날씨의 영향을 받아 영화 상영이 취소되기도 했던 지난해의 경험을 발판 삼아 올해는 날씨에 상관없는 시설을 구상했다.

축제의 핵심 공간이 될 영화의 거리 곳곳에서는 ‘100 필름, 100 포스터’ 전시가 펼쳐진다. 그래픽 디자이너 100명이 디자인한 상영작 100편의 포스터를 선보인다. 이충직 조직위 집행위원장은 “올해 영화제 슬로건은 어떠한 외압에도 표현의 자유를 사수하겠다는 영화인의 자세를 보여 준다”며 “대중성을 갖춘 영화도 충분히 준비했으니 많은 영화 팬이 전주를 방문해 축제를 즐겨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전주국제영화제#고사동 영화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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