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돌아온 세월호…이제 아이들 찾으러 갑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1일 15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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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말 다 왔어요. 우리 이제 아이들 찾으러 갈 거에요….”

31일 오후 1시경 세월호가 만 1080일의 기나긴 항해를 마치고 목포신항에 다다르자 해경단속정 무궁화 29호를 타고 뒤따르던 미수습자 가족들의 얼굴에도 3년 만에 희미한 웃음이 돌아왔다.

세월호를 선적한 반잠수선 화이트말린호는 이날 오전 7시 닻을 올리고 동거차도 인근 해역을 출발했다. 미수습자 9명이 집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항해를 배웅하듯 하늘도 새벽부터 비를 뿌렸다.

하지만 오전 10시 이후로 비가 그치고 파도도 잠잠해지면서 항해에 속도가 붙었다. 당초에는 시속 13¤18.5km의 속도로 105㎞를 운항해 오후 2시 30분쯤 목포신항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소요시간을 1시간 반 단축했다. 오후 1시경 세월호 선체를 실은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마린호가 목포신항에 도착했고, 오후 1시 30분경 접안 작업까지 완료했다.

낮 12시25분 “다 와 간다”는 어업지도선 선장에 말에 조은화 양(단원고)의 어머니 이금희 씨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조타실 창문 너머로 목포신항이 보이기 시작하자 “어머 이제 좋은 일만 있으려나 봐요. 아까는 비가오더니 이제는 날이 맑네요”라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내 “저희 여기까지 오는데 너무 힘들었어요”라며 허다윤 양(단원고)의 어머니 박은미 씨와 부둥켜안고 눈물을 쏟아냈다. 세호 군의 아버지 제삼열 씨와 양승진 교사의 부인 유백형 씨는 갑판 난간에 서서 세월호와 목포신항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진도 팽목항에서 목포신항까지 자동차로는 약 1시간 반, 이날 배로도 약 6시간 걸리는 짧은 거리다. 하지만 미수습자 가족들은 지옥과도 같은 3년을 견뎌야 했다. 이 씨는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 차라리 그냥 죽었으면 좋겠다. 차라리 이런 거 안 봤으면 좋겠다. 차라리 내가 기억을 잃었으면 좋겠다”며 힘들었던 지난날을 떠올렸다.

하지만 딸을 만나겠다는 희망으로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이 씨는 “바다에서도 건져 올렸는데 저기 배에서 못 올리겠느냐”며 “우리는 안 된다던 인양도 했다. 다 이겨 낼 것”이라고 눈물을 훔쳐냈다.

부모가 지어준 이름 대신 수색팀이 발견한 순서대로 번호가 붙었던 희생자들. 미수습자 가족들에겐 그 번호나마 빨려 받아봤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 씨는 “우리 9명이 전부 956번에 같이 돼서 다행이라고 함께 마음을 쓸어내렸으면 좋겠다”며 주변 가족들의 손을 잡았다.

이어 “세월호 참사가 얘기하는 건 결국 사람의 생명,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이라며 “이 아이들을 살릴 수는 없지만 아이들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세월호가 이 사회를 바꾸는 전환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목포=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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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마린호가 진도 동거차도 인근 해상에서 7시간여의 항해를 마치고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접안해 있다. 사진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31일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마린호가 진도 동거차도 인근 해상에서 7시간여의 항해를 마치고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접안해 있다. 사진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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