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군산조선소 가동중단 피해 현실화

  • 동아일보

협력사 절반 이미 폐업 확인… 사내외 근로자 절반도 대량 해직
본격적인 가동중단 3개월 앞두고 군산 지역경제 벌써부터 무너져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조선업 불황으로 6월부터 가동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협력사 절반가량이 이미 폐업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내외 근로자 절반도 대량 해직돼 길거리에 나앉았다. 군산조선소 주변 식당가는 점심시간에도 한산한 분위기이고 곳곳에 ‘임대’ 문구가 붙어 있다. 빈 방이 없던 원룸촌도 절반 가까이 비어 있는 상태다. 본격적인 가동 중단을 3개월 앞두고 벌써부터 전북 군산 지역경제는 빠르게 무너져 가고 있다.

전북도와 군산시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사내외 협력사 총 85개사 가운데 42개사(49%)가 문 닫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이 공식화한 올해 들어 폐업이 줄을 이었다. 군산조선소와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구조조정 태풍에 휘말렸다. 전체 4490명 중 2389명(53%)이 일자리를 잃었다. 군산시 전체 근로자 2만6000여 명 가운데 조선업 관련 종사자는 6300여 명으로 4분의 1을 차지한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협력사들도 “옥죄는 경영난에 하루하루 버티기 힘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앞서 한 협력사 대표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사실상 폐업 예정일이 정해진 ‘번호표’를 뽑아든 협력사도 한둘이 아니었다. “선박 제작 공정 순서대로 일감이 떨어져 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선체블록 제작사와 용접, 의장제 납품사와 도색 용역사 등의 순이다. 협력사들은 이 순서대로 폐업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군산시 관계자는 “현재 건조 중인 선박은 모두 8척이지만 이 중 7척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진수를 앞두고 있다”며 “남은 물량이 사실상 1척뿐이어서 나머지 협력사들도 조만간 줄폐업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도는 군산조선소가 가동을 중단할 경우 어림잡아 4조 원대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고 추정했다. 1조9000억 원대에 달하는 투자비가 사장되고 연간 2조2000억 원대에 이르는 생산액 감소와 소비 위축 등 지역경제 기여비를 합산한 결과다.

전북지역 수출도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무역협회 전북지역본부가 최근 발표한 1월 전북지역 수출 실적은 5억3989만 달러로 지난해 1월 7억2900만 달러에 비해 25.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부품, 농약 및 의약품 등 주력 상품의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도내 수출이 급감한 것은 군산조선소 영향으로 분석된다. 올 1월 전북의 ‘선박 해양구조물 및 부품’ 수출액은 74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 2억9100만 달러보다 74.7%나 급감했다. 시군별 수출 실적에서도 군산의 위기가 두드러졌다. 1월 군산시의 수출 실적은 1억3900만 달러로 지난해 전북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군산의 수출 실적 4억2400만 달러와 비교해 67.2%나 감소했다.

지난달 14일 군산 시내에서는 1만5000여 명이 모여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존치 범도민 총결의대회’를 열고 가동 중단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2010년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를 유치한 뒤 전북도와 군산시는 열악한 재정 여건에도 불구하고 투자보조금 200억 원을 지원하고 진입도로 건설과 인근 대학 조선학과 신설 등 막대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며 회사 측의 대안 마련을 호소했다. 문동신 군산시장은 정몽준 전 회장 집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대선 주자들도 나서서 정부 선박의 발주 물량 우선 지원 등을 공약했지만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전북 지역 대학 총장들도 군산조선소 정상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전북지역대학교총장협의회는 8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역경제는 안중에도 없이 기업 논리만 앞세워 군산조선소 가동을 중단하겠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현대중공업과 정부는 협력사와 근로자들이 생존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세우고 관련 학과 학생들의 꿈과 미래가 빼앗기지 않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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