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성 “朴대통령 차명폰 써… ‘없는 사람’ 최순실, 밖에 드러나 일 꼬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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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성, 헌재탄핵심판 증인 진술

 “최순실은 저희한테는 대외적으로 없는 사람입니다. 존재하지 않고 뒤에서 조용히 돕는…. 그런 사람이 밖으로 등장하면서 상황이 꼬인 것 같습니다.”

 19일 박근혜 대통령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나온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구속 기소)은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사실상 비선 실세였음을 이렇게 설명했다.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이 여성이어서 저희가 보좌할 수 없는 부분을 최 씨가 도와 온 것 같다. 최태민 관련 악소문이 많아 (최 씨를) 드러내 놓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박 대통령 지시로 최 씨에게 기밀 문건을 전달했음을 인정하면서도 “부패 문제에 결벽증이 있는 박 대통령과 오랜 관계를 맺어 온 최 씨가 사익을 추구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 박 대통령 “최 씨 의견 받았느냐” 묻기도

 정 전 비서관은 18대 대선 직후인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대통령의 외국 수반과의 통화 내용, 장차관 인사안 같은 기밀 47건 등 청와대 문건 180건을 최 씨에게 전달했다. 그는 “2012년 대선을 준비하면서 대통령께서 ‘연설문이나 말씀자료를 만들 때 최 씨 의견을 반영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다만 “대통령이 최 씨와 상의하라고 건건이 지시하지는 않았고, 내가 최 씨 의견을 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자료를 보내고 조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 전 비서관은 국회 측이 ‘최 선생님께 컨펌(확인) 받았다’는 문자를 박 대통령에게 보낸 이유를 추궁하자 “박 대통령이 (특정 건에 대해) 최 씨 의견을 받았는지 물어오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최 씨에게 말씀자료를 보내면 못 보거나 늦게 확인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 씨가 수정해 온 내용이 잘 고쳐졌다고 생각되면 반영하고 문제가 있으면 ‘킬’한(쓰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했다.

 대통령과 어떻게 연락했느냐는 질문에 정 전 비서관은 “차명 전화로 연락하는 경우가 있었다. 대통령도 차명 전화를 쓴다”고 답해 헌재 재판관들을 놀라게 했다.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이 민간인의 의견을 왜 국정에 반영했느냐”란 질문에는 “어떤 지도자든 개인적으로 자문하는 사람이 있지 않으냐. 최 씨는 박 대통령의 사적 영역”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최 씨는 청와대 관저에서 박 대통령을 만났고, 이영선 행정관이 최 씨의 방문 사실을 내게 보고하곤 했다”고도 했다.

 최 씨의 단골 성형외과 원장 김영재 씨와 관련해 “김 원장이 청와대에서 무슨 진료를 했느냐”라는 질문에는 머뭇거리다 “대통령이 여성이고, 모시는 분의 사적 영역을 알려고 하는 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변을 피했다.

○ 세월호 사태도 제대로 파악 못 해

 세월호 참사가 난 2014년 4월 16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이 피곤해하셔서 보통 수요일에는 일정을 가급적 잡지 않았고 사고 당일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이에 김이수 재판관은 박 대통령이 업무시간에 관저에 자주 머물렀던 점을 지적하며 “사건 당일 대통령이 본관에 있었다면 오전 9시 24분 청와대 직원들에게 사고 발생 문자메시지가 전파됐을 때 좀 더 빨리 보고할 수 있었을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정 전 비서관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당시 청와대 비서진의 안이한 상황 인식도 드러났다. 그는 “전원 구조됐다는 보도가 나와 낮 12시쯤 홀가분한 마음으로 점심을 먹으며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니 구조를 잘한다’는 얘기를 (부속실) 직원들과 했다”고 말했다. 당시 청와대 상황실은 오전 11시 20분경 전원 구조 뉴스가 오보임을 파악했지만 정 전 비서관은 전혀 알지 못한 것이다.

○ 박 대통령, 더블루케이 콕 찍어 지원 지시

 이날 역시 증인으로 나온 김상률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은 박 대통령에게서 “더블루케이 대표를 만나라”라거나 “스위스 건설업체 누슬리를 평창 올림픽 사업자로 검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인정했다. 그는 “(내가) 1년 4개월 재임하는 동안 박 대통령이 특정 업체를 거론하며 지시한 것은 두 회사뿐이다”고 말했다. 더블루케이는 최 씨가 차명 소유한 업체이며 누슬리와 업무제휴 관계를 맺기도 했다. 그는 “더블루케이 대표를 만난 뒤 보고했더니 대통령께서 더블루케이 건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맡기로 했으니 교문수석실은 빠지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이 (문체부 노태강 국장, 진재수 과장) 두 사람을 산하기관으로 보내라고 지시했다. 국장급 이하 공무원 인사를 지시한 사례는 그때가 유일했다”고 말했다.

신광영 neo@donga.com·전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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