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간 불켜진 집에 백골과 복권 700장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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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주택서 공공근로 50대男 발견 , 4년간 홀로 생활… 병사 가능성

 광주 북구의 한 주택 2층 안방은 반년 가까이 밤낮으로 형광등이 켜져 있었다. 이 집에 살던 50대 남성은 안방 불을 켜놓은 채 숨을 거뒀지만 아무도 이 사실을 몰랐다. 특이한 것은 반 백골이 된 시신 근처에는 복권 700여 장이 놓여 있었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27일 오후 9시 15분 광주 북구의 한 단독주택 2층 안방에서 A 씨(54)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은 A 씨의 형(60)이 “동생이 4월 이후 전화 통화가 되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은 A 씨의 집 거실에서 2014년부터 2년 동안 발행된 로또 복권 700여 장이 든 봉투 11개를 발견했다. 봉투에는 복권이 50∼100장씩 들어 있었다. 로또복권 봉투 옆에는 당첨번호를 분석한 것으로 보이는 A 씨의 자필 메모지가 쌓여 있었다. 젊은 시절 직장생활을 한 A 씨는 몇 년 전부터 당뇨 등을 앓아 공공근로 일을 했다. 미혼인 A 씨는 4년 동안 가족들을 만나지 않고 홀로 생활했다.

 경찰은 A 씨가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 당첨을 꿈꾸며 매주 2∼10장씩 복권을 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시신 상태로 미뤄 A 씨가 늦여름인 8월 말부터 9월 사이에 숨을 거둔 것으로 추정하면서 병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할 방침이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백골#복권#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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