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사천시 사남면 사천시근로자종합복지관의 또록이어린이집 옆으로 고압송전선이 지나간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아이들이 하루 종일 생활하는 곳이어서 신경이 많이 쓰이죠. 학부모들도 고압선의 위험 문제를 자주 제기합니다.”
28일 오후 경남 사천시 사남면 국도 3호선 옆 또록이어린이집. 박미란 원장은 손에 잡힐 듯 지나가는 고압송전선을 바라보며 “지중화(地中化)가 어렵다면 어린이집이라도 옮겨 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 어린이집 원생은 63명이다.
또록이어린이집과 40m 떨어진 곳에는 한국전력 사천변전소가 있다. 굵은 전선과 설비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삼천포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 고압전력이 와룡산과 봉두산, 봉대산의 철탑을 통해 사천변전소로 들어왔다가 진주(개양) 등지로 다시 나간다. 모두 154kV의 고압전력이다.
이 때문에 사천시 사남면 일원은 1990년대 초반부터 고압송전선로 건설과 이전, 지중화를 둘러싼 논란이 그치지 않았다. 지금도 사천시 용현면 신복리 동강아뜨리에 아파트 뒤와 화전들판, 그리고 월성리 리가아파트 앞으로는 고압선이 거미줄처럼 걸려 있다. 리가아파트 입주자들은 올해 초 여상규 국회의원과의 간담회에서 지중화를 건의했다.
특히 월성리 국도 3호선 주변에 상가와 점포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일부 건물 지붕은 고압송전선과 5m 정도로 가깝다. 철탑과 고압송전선 아래에는 ‘위험 감전주의’ ‘접근금지 15,4000볼트 특고압 송전선로’ 등의 경고문이 달려 있다.
전국에서 가장 낮게 고압선이 걸린 것은 사천변전소에서 2.5km 떨어진 공군부대와 공항 때문이다. 비행 안전을 위한 고도제한이 가장 큰 이유다. 송전선 아래에서 작업을 하던 한 인부는 “철탑이 건설된 이후 점포가 들어왔으니 따지기도 어렵지만 항상 불안하다”라고 했다.
사남면 월성리와 화전리에는 사남농공단지와 사천일반산업단지가 들어서 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도 늘고 있다. 급속한 도시화로 송전선 이설과 지중화는 ‘발등의 불’이 됐다.
올해 6월 24일 열린 사천시의회 제199회 정례회에서 이 지역 출신 구정화 시의원(새누리당)은 이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구 의원은 “진주, 양산시 등은 지중화를 위한 예산을 마련하고 있으나 사천시는 예산이 전혀 없고 중앙 부처에 건의도 하지 않았다”라고 따졌다. 이에 대해 송도근 사천시장은 “사남면 화전리에서 사천변전소까지 4km(철탑 12기)를 지중화하려면 430억 원 정도 필요하다”라며 예산 조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전은 지중화 예산의 50%를 지원하고 나머지는 지방자치단체나 개발사업자가 낸다. 사천시 부담이 200억 원이 넘는 셈이다. 사천시는 고압선이 마을과 가까운 월성리 구간을 우선 지중화 하더라도 사업비가 120억 원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송 시장은 “사천바다케이블카 사업이 끝나는 2018년 이후 지중화 문제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리가아파트 주민인 구 의원은 “지역 주민 대책위와 사천시, 국회의원 등과 협의하고 한전에도 촉구해 지중화를 최대한 빨리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한전 측은 “철탑의 높이를 조정하기 어려운 이 지역 특성상 고압선 지중화 타당성은 충분히 인정된다”라며 “지자체의 요청이 들어와야 검토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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