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생활관 개선 7조, 엉뚱한 곳에 펑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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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사업 총체적 부실 드러나

 강원 철원군에 있는 3사단 18연대 2대대 병영생활관(내무반)은 2011년 최신식 생활관으로 탈바꿈했다. 1인당 침대가 하나씩 주어졌고 세련된 체력단련장도 마련됐다. 하지만 곧 문제가 발생했다. 병사 수 감축을 핵심으로 하는 군 구조개혁에 따라 이 대대의 사병은 현재 509명에서 2026년 428명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든다. 예산을 들여 8930m²짜리 병영생활관을 지었지만 81명분에 해당하는 795m²가 필요 없어지는 셈이다.

 9년간 나랏돈 7조1000억 원을 쏟아부은 ‘병영생활관 현대화 사업’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배치나 증·창설을 앞둔 부대에 사업을 집행하고 정작 생활관이 필요한 곳은 손도 대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병영생활관 사업 예산의 세부 집행 내용을 확인할 수 없어 혈세가 지나치게 낭비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병영생활관 현대화 사업 심층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병영생활관 현대화 사업은 국방부가 2004년부터 추진해 2012년 완료한 사업이다. 기존 침상형인 병영생활관 구조를 1인 침대형으로 바꾸고, 1인당 주거면적을 2.3m²(0.7평)에서 6.3m²(1.9평)로 대폭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심층 평가 결과에 따르면 국방부는 총 7조1000억 원을 투입해 2012년 사업을 완료했다고 발표했지만 지난해 육군은 같은 사업을 명목으로 예산 2조6000억 원을 추가로 요청했다. 아직 121개 대대(5만4692명·94만5000m²)분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당초 사업 목표(666개 대대)의 18.2%에 해당한다.

 기재부는 국방부의 추가 사업 요청이 타당한지 살펴보기 위해 지난해 10월 병영생활관 현대화 사업의 심층 평가를 시작했다. 평가 결과 국방부가 현대화를 완료한 건 모두 638개 대대로 당초 목표의 95.8%에 불과했다. 또 이 가운데 108개 대대는 국방부의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따라 부대 개편이 추진되면서 병사 수가 크게 줄게 돼 있어 2026년부터는 잉여 공간으로 남게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따라 부대 재배치와 부대 증·창설 계획, 미래 편제 등이 계속 바뀌었지만 이 같은 내용이 사업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방개혁 계획은 2009, 2012, 2014년에 걸쳐 세 차례 변경됐다.

 방만한 예산 집행과 부실한 관리도 문제로 지적됐다. 정부가 조달하는 ‘나라장터’에 1인용 침대 가격은 최대 40만 원대로 60만 개를 구입해도 2400억 원에 불과하다. 또 목표 사병 수(30만1000명)와 확대된 사병 1인당 주거 면적(6.3m²)을 고려한 공사비용을 올해 표준건축비(m²당 176만2000원)를 적용해 계산하더라도 가져간 예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병영생활관 사업 예산의 상세 집행 내용은 국방부 예산 집행 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개혁 기본계획과 병영생활관 현대화 사업을 더 촘촘하게 연계해 사업 계획을 수정하지 못한 점은 인정한다”며 “잉여 공간으로 남게 될 자투리 공간을 간부 숙소나 저장시설 등으로 활용해 추가로 필요한 생활관을 최대한 줄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박민우 minwoo@donga.com·손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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