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맛있는 정거장]칼국수부터 순두부까지… ‘별난집’ 등 추억의 먹을거리 가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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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끝> 대전역~판암역 (시내버스 201, 611, 613번)

‘잘 있거라∼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없이…(중략), 대전발 0시 50분∼’

 만남과 헤어짐, 수많은 사연이 서린 곳이 바로 대전역이다. 대전도시철도 1호선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곳이다. 만남과 헤어짐이 이뤄졌기에 만나서 한 끼, 헤어지기 전 한 끼의 식사가 자연스럽다. 그 덕분에 역 주변의 먹을거리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숨어있다. 대전역 주변의 먹을거리는 무엇이 있을까?

○ 100년 역사를 상징하는 추억의 먹거리

 대전역 앞 ‘별난집’은 이름대로 별난 곳이다. 평안남도 진남포가 고향인 장순애 씨(79·여)가 1978년 이곳에 자리 잡고 한 번도 옮기지 않았다. 의자와 식탁도 그대로다. 메뉴는 두부두루치기와 녹두지짐 딱 2가지. 녹두도 직접 갈고 두부도 손두부만 사용한다. 직접 짠 들기름의 향기가 그윽하다. 북어와 양파를 삶아 육수를 사용한 두부두루치기에 쫄깃한 면이 매력적이다.

 1961년 문을 연 근처의 ‘신도칼국수’는 지금도 한 자리에서 영업 중이다. 개업한 지 55년이 됐으니 대전 칼국수의 원조인 셈이다. 얼핏 보면 일반 칼국수처럼 보이지만 젓가락으로 면을 한바퀴 휘감아 입안으로 넣으면 향과 쫄깃한 식감이 그만이다. 사골을 오랫동안 삶아 육수를 낸다. 가게 안에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칼국수를 담았던 그릇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

 대전역에서 걸어 10분 정도면 삼성동 골목에 ‘명랑식당’이 있다. 가정집을 개조해 허름하지만 대전의 ‘콧대 높은’ 식당 중 하나다. 파계장으로 유명하다. 홍성표 씨 부부가 어머니 석기숙 씨의 뒤를 이어 가업을 잇고 있다. 메뉴는 육개장과 파전이다. 보통 육개장은 양지머리고기에 고사리 숙주 토란 등 많은 채소가 들어가지만 이 식당은 양지고기와 대파만 사용한다. 대파의 진한 향이 국물에 배어 있다.

○ 퓨전과 고전이 만나는 대전역 대합실

 대전역 2층 대합실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서면 바로 오른쪽에 ‘쁘띠박스’와 ‘봉이호떡’이 있다. 쁘띠박스는 오너 겸 셰프 김세준(29), 조규훈 씨(27)가 운영한다. 이들은 코레일이 지난해 열차 내 새로운 먹을거리 창출을 위해 주최한 ‘청춘 셰프’ 경연대회에서 우승했다. 우송대 외식조리학과 출신인 두 사람은 일본 열차 내 도시락 ‘에키벤’에서 힌트를 얻어 메뉴를 개발했다. 곡물이 들어간 샌드위치를 비롯해 한입에 먹을 수 있는 도시락거리가 많다. 초밥 같은 한입거리를 취향대로 골라 도시락에 담으면 열차에서 최고의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바로 옆 ‘봉이호떡’은 이름만큼 애틋하다. 대전 동구 만인산휴게소 김봉희 대표(57)가 휴게소를 찾은 사람들을 위해 1994년 개발한 대전의 대표 호떡이다. 찹쌀에 중력분과 옥수수전분을 섞어 반죽한 뒤 24시간 숙성시킨 게 비결. 바삭바삭하면서도 찰진 맛이 있다. 특히 호떡 맛을 좌우하는 고명은 견과류(땅콩)를 잘게 부숴 넣었다. 야채호떡은 호떡 안에 잡채가 푸짐하게 들어가 흥미롭다.

 이 밖에 대전역 앞 중앙시장에서 1975년 개업해 지금까지 영업 중인 소머리국밥집 ‘그때그집’은 깔끔한 국물 맛이 최고로 평가받는다. 소뼈를 6시간 삶아 불순물을 말끔히 건져내고 쫄깃한 소머리와 부드러운 고기까지 섞어 토렴 방식으로 손님상에 내놓는다.

 동구 가양동에 있는 청솔식당은 대동역에서, 평양숨두부집은 판암역에서 멀지 않다. 청솔식당을 찾는 사람은 십중팔구 김치찌개를 주문한다. 씹으면 씹을수록 구수한 양질의 돼지고기에 반찬 하나하나에도 정성을 담겨 있다. 달걀 프라이 한 접시는 더욱 정겹다.

 평양숨두부는 3대를 이어온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순두부 전문점이다. 동구 대성동에 위치해 있지만 지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역사와 전통이 있는 집이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공동기획: 대전시 대전도시철도공사 대전시버스운송사업조합

※ 그동안 ‘대전의 맛있는 정거장’을 사랑해주신 독자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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