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화장실 엿본 40대男에 성폭력 ‘무죄’ 주거 침입 ‘유죄’…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3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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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공서 화장실에서 여성의 용변 장면을 엿본 40대 남성에게 법원이 '공중화장실이 아니다'는 이유로 성폭력처벌은 무죄를, 주거 침입은 유죄를 인정해 실형을 선고했다.

광주지법 형사3단독 성인혜 판사는 23일 관공서 화장실에서 여성이 용변을 보는 것을 엿본 혐의(성폭력처벌법)로 기소된 선모 씨(43)에 대해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선 씨는 올 7월 4일 오후 4시 반 광주 북구의 한 관공서 2층 여자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여성 A 씨가 용변을 보는 것을 훔쳐 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선 씨를 성폭력처벌법으로 기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음식점 화장실은 공중화장실이 아니어서 해당 법률을 적용할 수 없다는 판결을 하자 최근 선 씨를 주거 침입혐의로 예비적 기소했다.

재판부는 "선 씨가 범행을 저지른 곳은 공중화장실에 해당되지 않아 성폭력처벌법은 무죄를 선고하지만 성적 욕망을 갖고 범행을 저지른 만큼 주거침입죄는 유죄를 선고한다"고 판단했다. 또 "선 씨가 2013년 아동 성범죄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공연공란으로 누범기간에 화장실 엿보기 범행을 해 엄벌한다"고 덧붙였다.

광주지검은 올 6월 6일 광주 북구의 한 병원 화장실에서 여성의 용변 장면을 엿본 이모 씨(28)에게 주거 침입혐의를 예비적 기소한 뒤 징역 1년4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지난달 대법원이 성폭력처벌법상이 공공장소 침입행위 대상공간을 공중화장실 또는 목욕탕 등으로 규정하고 있어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하자 불가피하게 상당수 화장실 훔쳐보기를 주거 침입혐의로 기소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성범죄자들을 주거침입으로 처벌함에 따라 성범죄 신상정보 공개를 하지 못하는 등 허점을 드러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3당은 지난달 모든 화장실에서 용변 훔쳐보기를 할 경우 성폭력처벌법을 적용한다는 법률안을 개정을 예고해지만 시행 때까지 엿보기 성범죄자들을 주거침입으로 처벌하는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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