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경비원 A 씨는 밤 근무 중 휴게시간을 두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일하고 있다. 휴게시간은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다. 그러나 야간 자율학습 시간이 끝나는 시간은 밤 11시. 학생들이 다 가고 문단속까지 하려면 밤 12시까지 매일 일을 해야 했다.
A 씨는 이처럼 휴게시간 중 일한 시간에 대한 수당을 더 지급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학교 측은 "근로계약상 근로시간이 아니다"라며 지급을 거부했고 A 씨는 관할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냈다. 노동청은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수당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처럼 아파트나 학교 경비원 등 '감시·단속(斷續)'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을 엄격히 구분토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고용노동부가 4일 발표했다. 근무 특성상 야간 또는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는 이들의 충분한 휴식 시간을 보장해주기 위해서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A 씨처럼 근로계약에 휴게시간으로 규정된 시간이더라도 사용자의 제재나 감시, 감독 하에 근무 장소에서 강제로 대기하는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인정해야 한다. 학생들이 집에 갈 때까지 경비실을 지키고 문단속까지 해야 하는 A 씨처럼 사실상 대기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휴게시간 도중 화재나 외부인 침입 등으로 대응한 시간 역시 근로시간으로 인정해야 한다. 휴게시간에 일을 더 했다면 당연히 임금도 더 지급해야 한다.
다만 근무장소에서 쉬더라도 근로자가 스스로 휴게장소를 선택하거나 사용자의 지휘, 감독에서 벗어나 자유로이 이용 가능하다면 이는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본인의 선택에 의해 자발적으로 경비실에서 휴식을 취했고, 사용자가 휴게장소를 경비실로 제한하거나 업무수행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면 근로시간이 아니라 휴게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정당한 이유 없이 경비원을 해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임금을 올리지 않기 위해 휴게시간을 과도하게 부여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근로자의 출퇴근 시간도 명확히 기록하고 관리토록 해 근로자가 휴게시간과 근로시간을 예측해 계획을 짤 수 있도록 했다.
고용부는 전국 47개 지청이 아파트 단지, 학교, 경비용역업체 등을 상대로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도로 지시했다. 정지원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경비원과 당직 근로자들은 대부분 고령인 경우가 많다"며 "고령 근로자들이 정당한 휴식을 보장받고 근로조건이 악화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이 실천되는지 현장 모니터링을 지속해서 하겠다"고 밝혔다. 유성열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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