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범종 주조기법 공개시연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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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부터 10월 2일까지 사흘간… 진천군 성종사-종박물관서 열려

“이 사람아, 혼(魂)을 담아야 천년의 소리가 나오는 거야, 잔재주 부리면 끝이야.”

 과거 한 증권회사 TV광고에서 국가무형문화재 112호인 주철장 원광식 선생(74)이 한 말이다. 원 선생은 17세 때 할아버지에게서 범종 제작 기법을 전수받은 뒤 종 제작에만 매진해 온 장인. 1969년 작업 도중 쇳물이 튀어 한쪽 눈을 잃기도 했던 그는 1997년 전통 범종 제작 기법인 ‘밀랍주조법’ 재현에 성공했다.

 2005년에는 대형 범종 제작을 위한 새 밀랍주조법을 개발해 특허까지 냈다. 2000년 대한민국 명장(名匠)에, 2001년 중요무형문화재로 각각 지정받았다. 2005년 국내 첫 종박물관이 진천에 세워지자 150여 점의 종을 기증했으며, 그의 딸 보현 씨는 현재 주철장 전수생으로 활동 중이다.

 원 선생의 전통 주조 기술을 직접 볼 수 있는 공개 행사가 30일∼10월 2일 충북 진천군 성종사와 종박물관 주철장 전수교육관에서 각각 열린다. 공개 시연회에서는 원 선생이 전통 밀랍 주조 기법으로 한국 범종을 만드는 기술을 공정별로 보여 줄 예정이다. 전통 밀랍 주조 기술은 6·25전쟁 이후 전승되지 않은 것을 원 선생이 오랜 기간의 연구 끝에 재현에 성공한 뒤 꾸준히 연구하고 발전시켜 왔다. 30일(오전 11시∼오후 5시)에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1일과 2일(오후 1시∼5시)에는 일반인들을 상대로 시연한다.

 원보현 전수생은 “장인(匠人)의 작업 과정을 직접 볼 기회가 별로 없는데 이번 공개 시연회는 장인의 작업 공간에서 함께 호흡하며 우리 전통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날 행사에는 국가무형문화재 기능 분야 보유자들도 함께해 전통 기술의 전승활동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진천군 진천읍 장관리 역사테마공원에 자리잡은 국내 유일의 복제 종(鐘) 전문 박물관인 ‘진천종박물관’ 1층 전시실 입구에서는 한국의 대표 종이자 ‘에밀레종 설화’로 유명한 성덕대왕신종이 관람객을 맞는다. 실물 크기로 종을 완성한 뒤 거푸집을 떼어 내는 형상을 연출했다. 성덕대왕신종은 고대 종 가운데 최대의 범종이자 정교한 세부 장식과 아름다운 종소리를 간직한 한국 범종 최고의 걸작이다.

 전시실 안에는 원 선생이 밀랍 주조 공법으로 복원해 복제한 고대 범종이 줄을 지어 서 있다. 2층으로 이어진 제2전시실에서는 한국의 전통 종 제작법인 ‘밀랍 주조법’과 중국 일본 등의 ‘사형 주조법’을 비교해 보여 준다. 밀랍 주조법으로 종을 만드는 과정을 인형으로 정교하게 제작해 어린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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