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의 지진 대응 매뉴얼에 ‘심야시간 지진 발생시 장관에게는 가능하면 다음날 아침에 전화보고 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SBS가 2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경주 지진 때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주요 기관들은 기상청의 조기 경보 문자를 받지 못했다.
경주 지진의 첫 발생 시간은 12일 저녁 7시 44분이다. 3분 후 방송사의 첫 보도가 나왔고, 청와대 위기관리상황실에서 유선보고를 받은 시간은 7분 뒤인 7시 51분이다. 이어 30분 뒤 국무조정실이 유선보고를 받았고, 환경부 장·차관이 유선보고를 받은 시간은 8시 55분이다. 지진발생 1시간 10여분이 지난 시점이다.
하지만 기상청이 공개한 조기경보 송신 기록을 보면 지진 발생 50초 내에 정부 주요 관계자들에게 문자를 보낸 것으로 기록돼 있다.
문제는 문자 전송이 절반 가량 실패했다는 것이다. 수신자 1851명 가운데 842명이 기상청의 문자를 받지 못했다. 특히 8시 32분 지진 땐 12명만 메시지를 받았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총 999개만 나갈 수 있는데 연결된 것이 1000개가 넘어서 오류가 발생했다. 그런 사항들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뿐만 아니라 기상청의 지진 후속 대응 매뉴얼에는 더 황당한 항목이 들어가 있다.
‘국내 지진 발생시 시간대별 조치 및 절차’를 보면, 기상청장과 차장에게는 지진 탐지 후 15분 내에, 상급기관인 환경부 장·차관에겐 필요할 경우 15분이 지난 뒤에 전화 보고하도록 돼있다. 특히 심야시간에는 가능하면 다음날 아침에 전화 보고하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한반도에 큰 지진이 없을 거란 예상 아래 만든 걸로 보이지만, 대응 매뉴얼에 국민 안전보다 상급자를 우선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는 항목이 있다는 점이 지진으로 놀란 국민들을 또 한번 놀라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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