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손봉호]심야와 주말엔 학원 쉬어야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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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 기아대책 이사장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 기아대책 이사장
앨빈 토플러가 한국 교육에 쓴소리를 한 적이 있다. “한국의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은 지식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한국 학생들의 학습시간은 과도하게 균형을 잃었다. 고등학생들의 평균 학습시간이 주당 70∼80시간이다. 핀란드와 비교하면 학습효율성(투입한 시간 대비 학업성취도 성적)은 절반에 불과하고 학습 효능감은 바닥이다.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는 세계 꼴찌다.

과도한 공부의 상당 부분은 학원을 통해 이루어진다. 전국 17개 시도에서 학원 심야영업을 오후 10시로 제한하는 지역은 5군데뿐이고, 9개 지역은 자정까지 허용된다. 게다가 학원은 주 5일제 이후 주말에 더욱 번성하고 있다. 밤도 없고 휴일도 없이 연중무휴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정상이 아니라는 데에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교사단체인 좋은교사운동의 조사에 따르면 학부모들의 95%는 학원 휴일휴무제에 찬성한다. 마지못해 일요일에도 학원을 보내고 있지만 모두 다 함께 쉰다면 대찬성이라는 뜻이다. 여론조사기관 지앤컴리서치에 따르면 국민들 78.3%는 오후 10시를 학원 심야 영업시간의 마지노선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청소년위원회도 오후 10시를 권고했다. 지난 교육감협의회에서 시도별 학원 심야 영업시간을 오후 10시로 통일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결론이 유보되었다고 한다. 교육감들이 사교육업계를 지나치게 의식한 결과라고 판단된다. 이러고도 공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이라고 할 수 있는가.

쉬는 것은 허비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노벨상을 수상한 유대인이 안식일 문화를 철저히 지킨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일주일에 하루를 쉬는 것은 우리 학생들이나 사회에 득이 될 뿐 어떤 손해도 끼치지 않는다.

심야와 휴일에 학교는 물론이고 학원 영업을 제한하는 것은 과속 단속과 같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무한 입시경쟁으로 내몰리는 다음 세대를 보호하기 위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우리 기성세대의 피할 수 없는 책임이다. 교육감들과 정부, 국회는 이 책임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 기아대책 이사장
#앨빈 토플러#한국 교육#평균 학습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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