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무속인 연기에 속아…2년 도망다닌 수배자, 제발로 찾아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일 20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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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동안 도망다니면서 사기 절도 행각을 벌여온 40대 지명수배자가 자신을 유인하기 위해 무당 행세를 한 경찰에게 속아 제 발로 찾아가 현장에서 검거됐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2014년 10월부터 전남 완도와 강원 평창 등 전국을 돌며 음식점 배달원으로 위장 취업해 현금 460만 원과 차량, 오토바이 등 2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치거나 가로챈 혐의로 서모 씨(43)를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은 서 씨가 지명수배 중 은신처와 숙식을 제공하는 무속인들과 함께 일하며 도피한다는 점에 착안해 서 씨가 유명 무속인 커뮤니티에 올린 “함께 일한 보살님을 구한다”는 글에 무속인인 것처럼 댓글을 달았다. 서 씨는 가족과 연락도 끊고 대포폰을 이용해 추적에 어려움을 겪는 상태였다.

6개월 뒤 서 씨로부터 연락이 오자 경찰은 ‘삼춘(무속인을 돕는 사람) 일을 얼마나 했나’ ‘보시(급여)는 넉넉하게 준다’는 전문용어로 문자를 주고받으며 서 씨를 안심시켰다. 경북 구미에 은거 중이던 서 씨는 경찰의 무속인 연기에 속아 직접 만나기 위해 지난달 25일 서울역으로 왔다가 검거됐다. 서 씨의 신병을 확보한 경찰은 추가 범행 여부를 수사 중이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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