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원서 데려온 3세 여아 때려 뇌사 빠뜨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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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성 버릇 고치려다…” 50대 구속, 경찰 “2세 남자 아이도 수차례 폭행”

입양에 적극적이던 두 부부가 3세 여자아이를 뇌사 상태에 빠뜨렸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31일 입양하려고 키우던 3세 여자아이를 폭행해 뇌사 상태에 빠뜨린 혐의(아동학대 특례법상 상습학대 및 중상해)로 예비 양아버지 김모 씨(52)를 구속했다. 경찰은 이 아이의 상처를 치료하지 않고 방치한 혐의로 예비 양어머니 이모 씨(46)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7월 15일 오후 11시 20분경 수성구 자신의 집 거실에서 여자아이의 발바닥을 플라스틱 막대기로 때렸다. 이어 어깨를 밀어 넘어뜨렸고 아이의 머리가 바닥에 부딪혀 크게 다치게 했다. 119구급대로 대학병원에 이송된 여자아이는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8월 초 뇌사 판정을 받았다. 김 씨는 처음에 아이가 스스로 미끄러져 넘어졌다고 했다가 담당 의사가 넘어뜨려 뇌사에 빠뜨렸을 가능성을 제기하자 경찰에 죄를 자백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가 먹을 것에 욕심을 내고 자꾸 괴성을 질러서 버릇을 고쳐주려고 때렸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입양하기 위해 돌보던 2세 남자아이도 2, 3차례 때린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부부는 지난해 12월 서울의 한 입양원에서 두 아이를 데리고 왔지만 남자아이는 다루기가 힘들어 이달 초 입양을 포기하고 입양원에 돌려보냈다. 학원을 운영하는 부부는 최근까지 4명을 입양해 키웠다. 2명은 유학 중이고 2명은 이 씨가 키우고 있다. 다른 아이들은 학대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부부가 과거에는 갓난아이를 입양했는데 2, 3세인 아이를 입양하는 과정에서 훈육을 두고 부부가 갈등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며 “뇌사 상태인 여자아이의 경우 여러 군데 멍이 발견돼 다른 학대가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입양#아동학대#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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