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박정희 기념사업, 소박하고 겸손하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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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이번 여론조사를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대한 당위성이 확인된 만큼 앞으로 경북도가 추진해 온 기념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북도는 7일 ‘박정희 대통령 100주년 기념사업, 많은 도민들이 원한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경북도민 1003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기념사업에 찬성하는 의견이 높다는 내용이다.

270만 경북도민 가운데 1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긍정적 반응이 높다고 해서 “당위성이 확보됐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경북도의 가볍고 조급한 태도가 느껴진다. 이런 사안에 대한 여론은 권위 있는 조사기관에 의뢰해 경북뿐 아니라 전국을 대상으로 면밀하게 조사해야 신뢰를 줄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가장 큰 업적으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새마을운동 창시’를 꼽았다고 했다. 새마을운동은 박 전 대통령이 창시한 게 아니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농촌운동을 국가 정책 차원으로 확산시킨 것이다. 새마을운동의 ‘저작권자’는 당시 농촌 주민이라고 해야 정확하다.

고향인 구미를 비롯해 경북은 박 전 대통령에게 특별한 호감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년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을 요란스럽게 펼치면 공감보다 거부감이 더 많을 수 있다.

경북도와 구미시는 28억 원을 들여 박정희 뮤지컬 제작을 추진하다 반발에 부닥치자 최근 취소했다. 구미의 새마을운동 테마공원과 박 전 대통령 생가 공원화 등에 1000억 원이 넘는 세금이 들어가고 있다.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에도 수백억 원을 쓴다는 이야기가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이런 일을 안다면 과연 박수를 보낼까.

탄생 100주년이라고 해서 특별한 의미가 생기는 건 아니다. 경북도는 100주년 기념사업을 통해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 간 통합의 디딤돌을 만들겠다”고 하지만 거창해서 잘 와 닿지 않는다. 기념사업은 소박하고 차분하며 겸손한 분위기에서 추진될 때 국민적 공감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경북도는 기념사업이 피상적인 미화(美化)가 되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야 할 책임이 있다.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boriam@donga.com
#박정희#박정희 대통령 100주년 기념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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