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카트만두의 한 병원에서 공중보건 담당자로 일하다 2014년 서울대로 유학 온 프라빈 라즈 샤키아 씨(31·사진)가 대지진 이후 전염병 공포에 시달리는 모국을 위해 ‘빅데이터 방파제’를 만들어 보급한다.
샤키아 씨는 지난해 4월 리히터 규모 7.8의 대지진이 네팔을 덮쳤을 때 외국에 있어 자신을 필요로 하는 모국에 갈 수 없다는 사실이 괴로웠다. 8000여 명이 사망한 대지진 이후 네팔을 휩쓴 것은 전염병 공포였다.
지진 이후 복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네팔의 위생 상태는 최악이었고 곧 수인성 전염병 위험이 극심한 우기가 다가왔다.
서울대 의생명지식공학연구실에서 의료정보학을 공부하던 샤키아 씨는 극심한 전염병에 시달리는 모국을 위해 전염병을 막을 감시 시스템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연구실을 이끄는 김홍기 치의학대학원 교수는 물론이고 의학, 컴퓨터공학, 기록관리학 등을 전공한 연구원 20여 명도 모두 샤키아 씨에게 도움의 손길을 보냈다. 서울대 글로벌사회공헌단도 샤키아 씨의 네팔 현지 연구를 지원했다. 그 결과 대지진이 일어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올해 2월 네팔 카트만두대 소속 둘리켈 병원에 샤키아 씨의 전염병 감시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샤키아 씨가 보급한 시스템은 산간 오지에 위치한 보건소 등에서 보내오는 환자 문진 내용을 매일 거점 병원에서 취합한다. 네팔 오지에서 인터넷 사용이 불편한 점에 착안해 문자메시지로 정보를 수집하도록 했다. 수집한 정보를 빅데이터 분석을 거쳐 지리정보와 결합하면 전염병 위험을 실시간으로 예측해 사전에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달로 2년간의 서울대 유학을 마치는 샤키아 씨는 “네팔로 돌아가 네팔 전역에 이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도록 정부에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사 출신인 카트만두대 람 칸타 마카주 슈레스타 부총장도 샤키아 씨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서울대 측도 샤키아 씨의 연구에 고무적이다.
샤키아 씨를 지도한 김 교수는 “이 시스템이 네팔의 국가 표준이 된다면 서울대 입장에서도 빅데이터를 통한 맞춤형 의학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고급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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