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가슴, 제 2의 성기”…정부 운영 포털 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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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8월 4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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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가건강정보포털 캡처
사진=국가건강정보포털 캡처
정부가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국가건강정보포털 사이트에 ‘여성의 이상적인 가슴의 조건’이라는 문서가 실렸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해당 문서를 삭제하고 사이트 내 다른 내용들까지 검토에 나섰다.

2010년부터 이달 4일 오전까지 국가건강정보포털 사이트에 게시됐던 ‘아름다운 가슴이란’이라는 문서에서는 여성들의 아름다운 가슴의 조건을 소개했다.

이 문서는 “(여성의 가슴은)아기에게는 생명의 정수를 물려주는 곳이며 남편에게는 애정을 나누어 주는 곳, 여성 본인에게는 자신의 미적 가치를 표현하는 곳이다. 가슴은 제2의 성기라고 할 만큼 여성에게는 여성으로서의 의미의 자존심이 표현되는 곳”이라는 내용을 포함했다.

‘아름다운 가슴’의 조건에 대해서는 그림과 함께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현대인의 기준에서 아름다운 가슴은 적당히 풍만하고 탄력이 있어야 하며 원추형이어야 한다” “‘한쪽에 250㏄ 정도의 크기, 쇄골의 중심과 유두 간의 거리는 18~20㎝, 양쪽 유두 사이의 거리는 18~22㎝, 유륜의 직경은 4㎝를 넘지 않아야 하며 색깔은 연한 적색이 보기 좋다” 등이다.

이 문서는 국가건강정보포털이 보건복지부와 대한의학회, 대한성형외과학회의 작성 및 감수를 거쳐 게시했다. 최종 업데이트 날짜는 2013년 11월 12일이다.

당초 2010년 공개됐던 이 문서는 최근 한 트위터 이용자가 해당 내용을 갈무리 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개하면서 곳곳으로 퍼져나가 논란이 됐다. 이 내용을 접한 일부 누리꾼들은 국가에서 여성의 신체를 미적·성적으로 평가하고 이상적인 기준을 제시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 누리꾼은 “보건복지부에서 여성의 이상적인 가슴에 대한 기준을 언급하다니, 여자가 가축인가? ‘마트에서 신선한 생선 고르는 법’ 같다”고 꼬집었다.

또 ‘남편’ ‘아기’등을 언급하며 여성 신체의 주체는 여성 스스로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어떤 누리꾼은 “너무나도 모욕적이다. 가슴은 내 몸의 일부분이 아니라 일종의 소모품이냐”고 비난했다.

“이제는 나라가 여자 가슴 기준도 세워준다. 기가 차다” “정부에서 가슴 성형을 권장하고 있나” “‘남성의 이상적인 신체의 조건’에 대해서는 아무 이야기도 없더라”는 말도 나왔다.

이들은 피임·불임에 관련한 정보가 ‘여성’ 페이지에만 실려 있던 부분도 지적하고 나섰다. 해당 포털의 건강·질병 페이지는 ‘여성’과 ‘남성’ 항목으로 나뉘어 있다. 피임·불임은 여성만의 일이 아닌데도 ‘여성’ 페이지에만 관련 설명이 있고 ‘남성’에는 없다는 것이다.

논란이 일자 이날 보건복지부 측은 문제가 된 문서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피임·불임 관련한 내용도 제보를 받았으며, 포털에 실린 정보 1300여종을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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