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뇌전증 환자가 운전? “美·英·日 등 선진국선 바로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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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8월 2일 16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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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부산 해운대 도심에서 7중 추돌사고를 일으켜 17명의 사상자를 낸 운전자가 뇌전증 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허술한 운전면허 관리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그렇다면 미국·영국 등 선진국의 중증 질환자 운전면허 관리체계는 어떨까?

손정혜 변호사는 2일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채널A ‘정연욱의 시사인사이드’에 출연, 선진국의 경우 질병 상태에 따라 운전면허 발급과 갱신을 엄격하게 제한한다고 전했다.

손 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당뇨병은 별도로 심사한다. 영국은 당뇨병일 경우 5년 마다 의사 소견서를 제출하도록 해 정상적으로 운전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며 “일본은 치매, 뇌전증 등 진단을 받으면 운전면허를 아예 취소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면 미국은 주마다 규정이 다르긴 하지만, 당뇨병의 경우 심한 저혈당 증세가 있으면 운전면허 발급이 제한된다. 또 인슐린 주사를 사용하거나 의식 소실 또는 발작이 있을 경우 운전면허를 갱신하려면 심사를 거쳐야 한다. 또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에서는 치매 진단을 받을 경우 아예 운전을 할 수 없다.

영국과 독일 등은 당뇨병 진단을 받을 경우 5년 주기로 의사 소견서를 당국에 제출해야 하며 저혈당 예방 교육도 받아야 한다. 최근 12개월 동안 저혈당 증세가 없어야 운전면허를 갱신할 수 있으며, 인슐린 주사를 맞는 환자는 반드시 신고해 1년 단위로 면허 갱신을 해야 한다.

영국에서는 치매의 경우 진단을 받은 사실을 운전면허국에 알리지 않으면 벌금이 부과되며, 치매 관련 운전 능력 테스트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운전면허가 취소된다.

고령자가 많은 일본은 75세 이상 운전자가 운전면허를 갱신할 때 치매·뇌전증 검사를 실시한다. 부적격 판정을 받을 경우 운전면허가 취소된다.

손 변호사는 “우리나라 도로교통법도 질병 등으로 정상적으로 운전하기 어려운 경우엔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게 돼 있다”며 “법 조항은 (면허 취득을) 금지하지만, 이 금지된 조항을 관리감독하고 의사 소견서를 받는 등 건강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이 미비하기 때문에 이러한 사고가 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지훈 변호사도 “법적으로는 통제가 가능하지만 자발적으로 신고를 안하면 통제가 안 된다”고 국내 운전면허 관리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손 변호사와 박 변호사의 설명대로 우리나라 도로교통법 82조에는 정신질환자, 간질환자(뇌전증), 마약, 대마, 향정신성 의약품, 알코올중독자 등은 면허를 획득하지 못하게 돼있다. 그러나 이번에 사고를 일으킨 김모 씨(53)는 뇌전증 질환이 있었지만 지난달 정기적성검사에서 아무 문제없이 통과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2일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 대상에 포함되는 뇌전증 환자의 범위를 종전보다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경찰 측은 지금까지 6개월 이상 뇌전증으로 입원 및 치료를 받은 환자에 대해서만 통보받아왔지만, 앞으로 뇌전증으로 장애진단을 받은 사람 전체에 대해 통보받을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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