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얼음정수기 중금속’ 못 걸러내는 반쪽 규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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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 안전검사하고 얼음은 제외… 기존 제품은 수질검사조차 안해

국내 일부 얼음정수기에서 중금속 성분이 검출돼 소비자의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현행 정수기 수질 검사 규정이 ‘얼음’은 제외하고 ‘물’만을 대상으로 한 반쪽짜리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 때처럼 부처 간 칸막이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1일 환경부에 따르면 정수기 물에서 대장균이 나오거나 L당 니켈이 0.04mg 이상 검출되면 해당 제품은 판매할 수 없다. 하지만 이 검사 기준은 ‘정수’ 과정에만 적용된다. 최근 ‘제빙’ ‘탄산 첨가’ ‘커피 제조’ 등 여러 기능을 탑재한 정수기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미 정수된 물을 가공하는 과정과 이후 제품은 검사 대상이 아니다.

현행 기준으로는 이번에 문제가 된 코웨이 얼음정수기 3개 모델처럼 물을 얼릴 때 니켈 가루가 섞이는 사례를 조기에 걸러낼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제빙 등 기능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이 조사를 담당하는데, 전기 안전성이나 화재 위험 등 수질과 무관한 항목만 평가한다. 이 때문에 국내에 처음 등장한 지 13년이 된 얼음정수기가 부처 간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수질 검사 대상을, 개정된 ‘정수기 기준·규격 및 검사기관 지정고시’가 시행된 6월 30일 이후 출시된 정수기로 한정한 것도 문제다. 가정에서 사용 중인 기존 정수기는 완제품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용출 안전성 시험’을 거치지 않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내년에도 기존 정수기를 검사하기 위한 예산을 전혀 배정하지 않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보통 정수기를 3년마다 교체하기 때문에 제도적인 사각지대가 생긴 것 같다”며 “타 부처와 협의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김윤종 기자
#얼음정수기#중금속#수질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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