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또 ‘거적때기’?” 문제 교복업체들 또 입찰에 학부모들 뿔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9일 18시 01분


코멘트
경기도에 거주하는 학부모 김지영 씨(42·여)는 딸이 내년에 입학할 예정인 인근 중학교에 대해 알아보다 “그 학교 교복은 보풀이 너무 많이 날려 거적때기 수준”이라는 황당한 소문을 들었다. 확인해보니 학교는 지금 내년 교복 제작업체 입찰을 진행 중이며 문제의 그 업체는 아무런 규제 없이 또 입찰에 참가한 상태였다.

교복값 정상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 교복 학교주관구매제도가 도입 2년차에도 여전히 학부모의 원성을 사고 있다. 교복 학교주관구매제도는 학교의 교복선정위원회가 업체 입찰 진행부터 교복 구매, 사후 관리까지 하는 제도다. 국공립 중·고교에서는 의무적으로 시행 중이다. 지난달부터 학교는 내년에 학생들이 입을 교복에 대해 구매 계획을 세우고 입찰 공고를 올려 업체들의 참여를 받아 입찰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지난해에 입찰한 문제의 업체들이 아무런 규제 없이 또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문제의 업체들은 라벨 갈이, 원단 혼용률과 원산지를 조작한 교복을 납품해 문제가 된 곳들이다. 올해 2월 서울 금천구의 A 중학교 학생들은 입찰로 선정된 학교주관구매 업체로부터 안감에 붙어있는 라벨의 생산년도가 검정 사인펜으로 지워져 있는 교복을 받아 논란이 됐다. 전북 전주시 B 고등학교의 학생들은 동복의 울 함유량을 60%로 맞춰주겠다는 업체를 선정했지만 해당 업체가 납품한 교복은 울 함유량이 50%에 불과했다.

좋은학교바른교육학부모회에서 전국 학부모 7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학교주관구매제도의 가장 큰 불만족 요인은 교복의 품질(50.6%)이었다. 제도의 취지대로 가격은 낮아졌지만 품질에 문제가 있고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학부모 정선혜 씨(43·여)는 “이번에 입찰된 업체들도 내년에 납품할 교복의 원단혼용률, 원산지가 입찰계약조건과 다를까봐 걱정된다. 업체들에 대한 불신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품질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교복 구매자가 매년 바뀌는 교복시장의 생리를 업체들이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교복의 주요 구매자는 그 해 입학하는 신입생들로 이듬해에는 구매하지 않기 때문에 학기 초만 잘 넘어가면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선희 좋은학교바른교육학부모회장은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납품하는 업체들이 많다. 매해 3월 아이들이 직접 불량 교복을 입고 어른들의 불법적인 행위를 직접 경험해야한다는 것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 제도를 만든 교육부가 학부모 차원에서 불량 업체를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미리 조치하지 못해 반쪽자리 제도를 만들어놨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 제도는 학교가 불량 업체에 대해 경고 조치만 하도록 되어 있어 사실상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또 업체가 입찰계약조건과 다른 교복을 납품하더라도 계약 당사자인 학교가 문제를 삼지 않아 학부모의 불만이 가중된 경우도 많다. 김 회장은 “이대로라면 내년 신입생들은 보풀이 심하게 일어나는 헌 교복, 울 함유량 적은 교복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나 공정거래위원회가 교복 업체 감사 기능을 강화해야한다”고 말했다.
전주영기자 aimhig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