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여성 44% “결혼?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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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안 가져도 돼” 46%… 100명중 6명은 남편과 결혼 후회

워킹맘 김모 씨(38)는 결혼 5년 만에 어렵게 얻은 세 살 딸아이를 키운다. 요즘 늦깎이 딸의 재롱에 푹 빠졌지만 “결혼을 했다고 반드시 아이를 낳아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결혼 후 아이 없이 보낸 시간도 자유롭고 행복했으며 특히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있어 좋았다는 것. 김 씨는 결혼에 대해서도 “꾸준한 돈벌이 수단과 가족, 친구만 있다면 꼭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결혼한 여성 10명 중 4명 이상은 결혼에 대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은 해도 자녀는 없어도 된다”는 여성은 절반에 이르렀다.

1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포럼’ 6월호에 실린 ‘기혼 여성의 결혼 형태와 정책적 함의’(송민영 전문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15∼49세 기혼 여성 1만1009명 중 44.4%는 결혼에 대해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고 답했다. 이는 ‘2015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이다. “반드시 해야 한다”와 “하는 편이 좋다”는 답변은 각각 11.5%, 37.7%에 그쳤다.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의견도 6%나 됐다. 기혼 여성 100명 중 6명은 현재 남편과의 결혼생활에 만족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출산에 대한 가치관도 달라졌다. 응답자의 46.2%는 “결혼해도 자녀를 가지지 않을 수 있다”는 항목에 ‘찬성’이라고 답했다. 기혼 여성의 절반가량은 ‘무(無)자녀 결혼생활’에 우호적인 입장이라는 것. 반면 “결혼하지 않아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항목에 대해서는 ‘반대’(82.0%)가 ‘찬성’(18.0%)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혼전, 혼외 출산에 대해 45∼49세는 찬성이 14.6%에 불과했지만 25∼29세는 23.0%, 25세 미만은 34.0%로 올라갔다.

송 연구원은 “결혼과 출산을 선택으로 여기는 최근의 가치관이 반영된 것”이라며 “다만 혼전, 혼외 출산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많은 건 기혼 여성 역시 결혼제도 안에 있고, 따라서 자녀와 가족에 대한 가치관도 보수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기혼여성#결혼#자녀#보건복지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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