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젊은층 이어 외국인에도 인기
경복궁 등 4대 고궁-종묘 무료입장… 주변 음식점 최대 20% 할인
관광객들 추억 만들기도 한몫
11일 한복을 입고 경복궁을 찾은 관광객들이 셀카봉을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한복을 입은 시민은 서울 4대 고궁과 종묘, 조선왕릉 등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김정현 인턴기자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4학년
11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앞. 낮 최고기온이 33.4도까지 치솟은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각양각색의 한복을 차려입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경복궁을 찾은 관람객 10명 중 한 명이 한복 차림이었다. 한복의 색상이나 형태는 다양했다. 스커트처럼 짧은 치마 차림의 생활한복을 입고 경복궁을 찾은 김은주 양(15)은 “인터넷에서 예쁜 생활한복을 보고 구입했다”며 “한복을 입고 경복궁에 오면 입장료가 공짜라고 해서 친구와 함께 한복을 맞춰 입고 놀러왔다”고 말했다.
서울 도심에서 한복 차림의 시민들을 보는 건 흔한 일이다. 명절에나 입는 불편한 옷이라는 인식이 일상생활에서 즐기는 패션 아이템이 된 것이다. 이런 변화의 원인은 주요 전통문화시설을 대상으로 한복 관람객 무료 입장 정책을 진행한 것이 컸다. 앞서 문화재청은 2013년 10월부터 한복을 입은 시민에게 서울 4대 고궁과 종묘, 조선왕릉 등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인기가 높아지자 주간 관람객에게만 허용됐던 한복 무료 입장을 올 4월 30일부터 6월 2일까지 진행된 경복궁·창경궁 야간개장 때도 적용했다. 그 덕분에 경복궁 야간개장 때 한복을 입고 찾은 시민은 1만1986명으로 전체 관람객(7만6000여 명)의 약 15%를 차지했다.
최근 한복의 인기는 성별과 나이는 물론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11일 오전 한복을 입고 경복궁에 입장한 관람객 30여 명 중 외국인이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대만인 천시린 씨(29·여)는 “인터넷을 통해 한복을 입으면 궁궐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는 걸 알고 대만에서 출발 전 이미 한복 관광을 계획했다”며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남자친구와 함께 커플 한복을 입은 한설아 씨(19·여)는 “색다른 데이트 추억을 만들기 위해 한복을 입게 됐다”고 말했다.
한복 특수도 눈에 띈다. 지난해까지 5곳에 불과했던 경복궁 주변의 한복대여점은 현재 30곳으로 증가했다. 한복대여점을 운영하는 김명희 씨(50·여)는 “강남에서 가게를 운영하다 올해 초 경복궁 앞으로 이전했다”며 “처음엔 외국인 손님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내국인 이용객이 절반이 넘는다”고 말했다. 한복 대여료는 1일 기준 평균 3만∼4만 원이다. 다른 한복대여점을 운영하는 정병훈 씨(46)는 “프랑스 여행을 가서 입겠다며 3주간이나 빌리는 등 다양한 목적으로 한복을 찾는 시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의 궁궐 주변 식당 80곳에선 한복을 입고 온 관광객에게 음식 가격의 10∼20%를 할인해준다.
한복의 인기에 힘입어 서울시는 14일 ‘한복 착용 장려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공포하고 앞으로 한복을 입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문화시설을 늘리기로 했다. 고홍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한복 열풍이 단기적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될 수 있도록 문화시설 무료 입장 확대 외에도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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