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사람 있다”…초등학생 신고 소홀히 여겨 시신 방치한 경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7일 13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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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들이 ‘목 매 죽은 사람이 있다’고 112에 신고를 했지만 경찰이 이를 소홀히 취급해 죽은 사람의 시신을 이틀 가량 방치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다른 어른의 신고를 받고서야 출동해 시신을 발견했다.

충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4일 오후 5시 40분경 초등학교 저학년 3, 4명이 휴대전화로 112 상황실에 “목 매 죽은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라고 신고했다. 전화를 받은 112상황실 A 경위가 위치를 묻자 학생들은 6개월 전에 폐업한 논산시 논산읍의 한 마트의 이름을 댔다.

당시 전화를 받은 A경위가 “경찰관을 출동시키겠다”고 하자 초등학생들이 “잘못 본 거 같기도 하고요. 확인하고 다시 전화 드릴게요”라고 전화를 끊어 통화가 잠시 중단됐다.

초등학생들은 8분 뒤 같은 휴대전화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 새롭게 전화를 받은 B경위가 장소를 다시 묻자 그 마트의 위치를 재확인 해줬다.

위치를 재확인 해주기 전에 수화기 너머에서 “니가 얘기해”, “나는 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얘기해?”, “경찰아저씨가…” 등 서로 통화를 미루는 듯한 아이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B 경위는 결국 출동 지시를 하거나 해당 경찰서에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B 경위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린 ‘경찰아저씨가…’라는 말을 이미 현장에 경찰관이 출동해 있다는 말로 오해해 ‘경찰관이 나갔으면 걱정 말고 집에 가라’고 통화를 끝냈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로부터 44시간가량이 지난 6일 오후 2시 경에서야 “목 매 죽은 사람이 있다”는 30대 은행원의 신고를 받고서야 출동해 초등학생들이 처음 지목했던 그 마트에서 목매 숨진 30대 남성을 발견했다. 경찰은 변사자 주변에 신변을 비관하는 메모가 발견됐고 별다른 외상이 없는 것으로 미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초등학생들의 목격이 강력 범죄의 현장이었다면 경찰이 범죄를 미리 막거나 피해를 최소화할 기회를 놓쳤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경찰의 초동대응 미숙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 관계자는 “어린 아이들은 우왕좌왕했다 하더라도 오히려 표현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예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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