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족산 맨발로 걷고 엽서 부치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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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톳길 우체국 무료 엽서’ 인기

주말인 2일 오후 대전 계족산 황톳길을 찾은 관광객들이 야외 숲속음악당에서 열린 ‘뻔뻔음악회’를 감상한 뒤 음악당 앞에 비치된 엽서에 편지를 쓰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주말인 2일 오후 대전 계족산 황톳길을 찾은 관광객들이 야외 숲속음악당에서 열린 ‘뻔뻔음악회’를 감상한 뒤 음악당 앞에 비치된 엽서에 편지를 쓰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14.5km에 이르는 맨발 황톳길, 주말 휴일 숲 속에서 펼쳐지는 ‘뻔뻔(fun fun)음악회’로 유명한 대전 계족산에 또 하나의 명물이 탄생했다.

‘황톳길 우체국 무료 엽서’가 그것이다. 계족산을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가족, 연인, 친구, 스승 등에게 엽서를 보낼 수 있는 것으로 황톳길을 조성하고 음악회를 여는 충청지역 소주업체인 ㈜맥키스컴퍼니가 마련했다.

주말인 2일. 계족산 중턱 야외 음악당 앞에 있는 탁자에서는 어린이 여러 명이 한 손으로 엽서를 가린 채 정성스럽게 편지를 쓰고 있었다. 50, 60대 중년 남성들도 옆자리에서 비치된 엽서에 글을 쓰고 있었다.

1976년 한화 입사 동기들과 계족산을 찾았다는 송종보 씨(65·전남 여수)는 “그동안 묵묵히 살아 준 아내에게 고맙다는 편지를 썼다”며 “연애할 때 편지를 써 본 게 마지막이니 35년 만에 편지를 써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인식 씨(25·경기 성남시·대학생)는 “요즘 보기 드문 엽서를 보니 수원에 계신 고교 때 선생님이 생각났다. 휴대전화로 인사드리는 것보다는 직접 쓴 편지가 훨씬 의미가 있을 것 같다”며 정성스레 편지를 썼다.

맥키스 측은 바쁜 일상을 접고 잠시 쉬어가자는 취지에서 이곳에 엽서를 비치해 무료로 발송하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은 “회사 사훈인 ‘사람과 사람 사이’라는 이념과도 맞는 것”이라며 “직접 손으로 편지를 쓰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훨씬 인간적이고도 진솔한 소통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맥키스는 빨강 우체통에 넣은 엽서를 매주 수거해 인근 우체국을 통해 전국에 배달되도록 한다. 물론 모든 경비는 맥키스 측이 부담한다. 최근에는 이런 취지를 알게 된 대전지역의 한 중앙언론사가 2000장의 엽서를 회사 측에 기증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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