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비슷한 사건이 또 터졌다.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와 계약을 맺은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가 지난 23일 빌라 3층 외벽을 타고 에어컨 실외기를 점검하던 중 추락해 숨진 것이다. 실적 압박 때문에 안전장구도 없이 작업하다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서 외주화 문제가 또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번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 진 모(42)씨의 동료인 양형권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서울)성북분회장은 28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고인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이 사건, 사고를 당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같은 에어컨 수리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너무나도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그는 “사고 현장에 직접 가봤다. 3층 높이 빌라인데 실외기가 설치 돼 있는 고정부위가 베란다 새시였다. 그 새시 자체가 너무나 허술하게 설치돼 있었고 에어컨 실외기를 고치기 위해서는 몸의 반 이상이 밖으로 나가야 작업을 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인 것 같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렇게 아찔한 곳에서 업무한 적이 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누구나 다 경험을 했을 것이다. 조그마한 추락 경험은 다 있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사고 현장에는) 안전장비를 지탱해 줄 수 있는 고정을 할 수 있는 부분, 부위 자체가 없었다”고 전하며 방문 문고리 등 어딘가 연결할 수 없었겠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저희들이 갖고 다니는 장비가 그렇게까지 설치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 그는 평소 작업 시 안전장비를 고정할 단단한 곳을 찾을 시간적인 여유조차 없음을 토로했다.
그는 “(고장 원인이 어떻든) 1시간 안에 모든 걸 다 해야 한다. 더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50분 안에 마쳐야 된다. 그 다음 고객 집에 도착하는 시간 10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근무 환경에 대한 고충을 털어놨다.
수리 시간이 1시간 이상 필요한 경우에 대해선 “그럼 저녁에 퇴근하고 다시 그 집에 재방문을 해 마무리 추가 작업을 한다. 저녁 8~9시까지 해서 하루 12시간 이상씩 근무하는 게 태반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그 다음 고객님께서 회사에 대표 전화번호로 전화해 독촉을 한다. 그럼 회사에서는 ‘이런 독촉 전화 왜 오게 하느냐’며 실적 압박을 한다”며 “예를 들면, 심적으로 부담스러울 정도로 시도 때도 없이 문자메시지가 계속 날아온다. ‘왜 이것밖에 안 되냐’부터 시작해서 거기에 대한 사유서를 써서 제출하고 퇴근하라는 식의 문자도 있다”고 토로했다.
끝으로 그는 “원청과 하청의 관계를 없애는 것도 중요하다. 재발대책에 대해서 고용노동부나 정부도 최대한 신경을 써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편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협력업체 소속 진 씨는 23일 오후 2시30분께 서울 노원구의 한 빌라 3층에서 에어컨 실외기를 수리하던 중 자신의 몸무게를 이기지 못한 난간·실외기와 함께 지상으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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