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대작 논란’ 조영남 사기혐의로 불구속기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4일 15시 31분


가수 겸 화가 조영남 씨(71)의 그림 대작(代作) 사건을 수사 중인 춘천지검 속초지청이 14일 조 씨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또 조 씨의 소속사 대표이자 매니저인 장모 씨(45)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씨는 2011년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무명화가 송모 씨(60) 등 2명이 그린 화투 그림에 경미한 덧칠을 한 뒤 자신의 그림인 것처럼 20명에게 26점을 판매해 1억8035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씨는 대작 화가들에게 작품당 10만 원을 주고 그리게 한 뒤 판매할 때는 호당 30만~50만 원에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 씨의 매니저인 장 씨는 지난해 2월부터 조 씨의 대작과 판매에 가담해 2680만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씨는 대작 화가에게 추상적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임의대로 그리게 하거나 자신의 기존 회화를 똑같이 그리도록 주문하는 방식으로 그림을 제작했다. 검찰은 조 씨가 방송 출연과 언론 지면을 통해 자신이 직접 전통적인 방식의 그림을 그리는 화가라고 강조했으면서도 실제로는 경미한 덧칠과 서명을 한 뒤 자신의 그림인 것처럼 판매한 것은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범죄행위로 판단했다.

또 전통 회화 방식의 미술작품 구입에 있어 그림을 누가 그렸는지 여부는 계약의 중요요소로서 고지 의무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대작 그림을 구매한 피해자들은 “대작 사실을 알았다면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판매된 대작 그림 가운데 ‘병마용갱’의 경우 대작화가가 그림 전체를 그렸고 조 씨는 그림 속 바둑판과 화투 비광의 우산 정도만 그려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항상영광’이라는 그림도 조 씨가 알파벳 A의 아랫부분을 흰색 물감으로 늘리고 사인만 한 뒤 판매했다.

이번 사건은 대작화가 송 씨가 검찰에 제보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속초지청 관계자는 “조 씨가 대작 작품을 양산해 수시로 전시회, 아트 페어 등을 통해 고가에 판매함으로써 더 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컸지만 적극적인 수사를 통해 추가 피해를 방지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속초=이인모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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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 씨가 판매한 ‘병마용갱’. 대작화가가 대부분을 그렸고 조 씨는 바둑판과 화투 비광의 우산을 그려 넣었다. 또 청단, 홍단 등의 글자를 수정했다.  춘천지검 속초지청 제공

조영남 씨가 판매한 ‘병마용갱’. 대작화가가 대부분을 그렸고 조 씨는 바둑판과 화투 비광의 우산을 그려 넣었다. 또 청단, 홍단 등의 글자를 수정했다.  춘천지검 속초지청 제공

조영남 씨가 판매한 ‘항상영광’. 대작화가가 그린 그림에 조 씨는 알파벳 ‘A‘의 아랫부분을 흰색 물감으로 늘리고 사인을 했다. 춘천지검 속초지청 제공

조영남 씨가 판매한 ‘항상영광’. 대작화가가 그린 그림에 조 씨는 알파벳 ‘A‘의 아랫부분을 흰색 물감으로 늘리고 사인을 했다. 춘천지검 속초지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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