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피폭사고 숨긴 방사선투과검사업체 적발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3일 16시 50분


방사선투과검사 업체 직원이 작업규정을 지키지 않은 채 작업하다 방사선에 피폭됐지만 해당업체가 사고사실을 숨기고 치료도 제대로 해주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위험한 작업인데도 안전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사고사실을 업체가 은폐하려 했다는 점에서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사망사고와 닮은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13일 방사선투과검사 업체 소속 20대 직원 양모 씨가 지난해 12월 경기도 안성의 한 화학공장 설비공사 현장에서 방사선 비파괴 검사작업을 하다 양손이 방사선에 피폭되는 사고를 입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업체는 양 씨를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고 감독기관인 원안위에 신고도 하지 않았다.

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원자력 관련 사업자는 방사선 피폭 등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규정에 따라 적절한 진료를 받도록 안전조치를 하고 그 사실을 원안위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이 사건은 발생 후 한 달이 지나서야 피해자 가족이 원안위 산하 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제보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원안위에 따르면 양 씨는 경기 평택의 화학공장 공사현장에 투입돼 설치된 배관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맡았다. 엑스레이(X-ray) 촬영처럼 방사선 촬영기기로 배관사진을 찍어 균열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는 비파괴 검사였다. 하지만 방사선 촬영기기가 고장 나면서 기기 내부에 있던 방사선 물질이 외부로 노출됐고, 사진을 찍느라 기기를 잡고 있던 양 씨의 두 손이 방사선에 피폭됐다. 정확한 피폭량은 확인되지 않았다.

해당업체 관리자들은 사고 후에도 양 씨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고, 본사에도 양 씨의 피폭 가능성에 대해 알리지 않았다. 사고 후 양 씨가 직접 약국에서 화상연고를 사서 발랐을 뿐이다.

원안위 조사 결과 양 씨는 사고 당시 2인 1조로 작업하고 방사선 누출 여부를 수시로 확인하는 방사선 측정장비를 착용해야 하는 등의 기본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업체에 입사한 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았던 양 씨는 관련 안전교육도 받지 않았다.

양 씨는 방사선 피폭 2주 뒤에야 방사선 치료전문 의료기관을 찾았다. 손이 붓고 피부가 허는 궤양 증상까지 나타났지만 치료를 받고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안위는 해당 업체 대표와 방사선안전관리자, 사업소장 등 4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또 양 씨 외에 다른 직원들도 작업규정을 지키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위반사항에 대해 과징금 1억2000만 원을 부과했다.

세종=신민기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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