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황금망토 ‘어린이 어벤저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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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시민제안사이트 통해 결실
학부모가 ‘자율 방범대’ 아이디어 내
市, 정책 반영… 초등교 시범운영, 학교주변 안전지도 만들고 공유까지
올 진행 프로젝트 15일까지 접수

▲시민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정책으로 만들고 그 정책의 추진 과정을 상세히 공개하는 ‘일리 있는 디자인’ 웹사이트. ‘어린이 안전 히어로’를 시민들이 직접 구성할 수 있도록 각종 자료가 공개돼 있다.
▲시민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정책으로 만들고 그 정책의 추진 과정을 상세히 공개하는 ‘일리 있는 디자인’ 웹사이트. ‘어린이 안전 히어로’를 시민들이 직접 구성할 수 있도록 각종 자료가 공개돼 있다.
“안전 히어로 파이팅!”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구로구 동구로초등학교. 평소 같으면 조용했을 멀티미디어실에 어린이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이들의 어깨에는 ‘BIG HERO(빅 히어로)’라고 쓰인 황금색 망토가 둘러져 있었다. 4, 5학년 학생 25명으로 구성된 ‘어린이 안전 히어로’들이다. 이들은 ‘내가 사는 동네에서 위험하거나 안전한 곳이 어디인지’라는 주제로 박형민 한국형사정책연구위원의 강의를 들은 뒤 곧바로 현장에 출동했다.

▲5월 12일 서울 동구로초교 ‘안전 히어로’들이 폐쇄회로(CC)TV가 있는 곳을 가리키고 있다. 어린이들은 이날 학교 주변을 탐방하며 안전지도를 만들었다. 서울시 제공
▲5월 12일 서울 동구로초교 ‘안전 히어로’들이 폐쇄회로(CC)TV가 있는 곳을 가리키고 있다. 어린이들은 이날 학교 주변을 탐방하며 안전지도를 만들었다. 서울시 제공
이날 어린이들의 임무는 ‘안전지도’ 제작. 관찰과 기록 안전 등 각자의 역할이 정해졌다. “저기 카메라가 있어!” ‘관찰’을 담당한 김태은 양(11)이 근린공원에서 외쳤다. 이어 ‘기록’을 담당한 어린이가 미리 준비한 지도에 카메라 모양의 스티커를 붙였다. 또 다른 어린이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고 폐쇄회로(CC)TV가 있는 위치를 사진으로 남겼다. ‘안전’을 담당한 어린이는 대열의 제일 뒤에서 친구들이 흩어지지 않도록 도왔다.

이런 방법으로 학교 주변 마을 곳곳을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기록했다. 매일 다니던 길을 자세히 관찰한 느낌은 어떨까. 김민정 양(10)은 “친구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니까 괜찮겠지 생각했는데 상황에 따라 위험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권준수 군(11)은 “학교 근처 아파트 단지에 비상벨과 경비실 CCTV가 빠짐없이 설치돼 있는 걸 보고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이들이 만든 안전지도는 서울시 디자인정책과 홈페이지(12design.co.kr)에 공개돼 또래 학생들은 물론이고 지역주민들도 언제 어디서나 확인할 수 있다.

안전 히어로 프로젝트가 시작된 건 지난해 11월. 한 학부모가 서울시 시민 제안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시작했다. 그는 ‘최근 어린이 관련 범죄가 늘어나 걱정이 된다. 초등학생이 어른들과 함께하는 자율방범대가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지난해 말 동구로초교가 시범 운영 대상으로 정해졌다. 이 학교 어린이들은 교사, 경찰과 함께 정기적으로 동네를 순찰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12월과 올 5월 두 차례에 걸쳐 안전지도를 만들었다.

서울시는 홈페이지에 자세한 사업 추진 과정과 결과물을 올려놓았다. 어린이들이 입은 히어로 활동복의 제작 사양, 활동 매뉴얼, 안전지도에 활용할 스티커 도안도 내려받을 수 있다. 아이들이 활동복 샘플을 투표하는 과정도 영상으로 공개됐다. 서울시가 나서지 않아도 학교와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안전 히어로 프로젝트는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디자인 거버넌스(협치)’ 사업의 하나다. 시민 누구나 온라인을 통해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평가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올해 진행될 새로운 프로젝트 관련 제안을 15일까지 받는다. 홈페이지의 ‘제안하기’ 코너를 통해 제출하면 정책위원회의 심의와 시민 투표를 거쳐 선정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서울시#시민제안사이트#자율 방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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