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18년간 26억 ‘십시일반 장학금’

  • 동아일보

연구원-직원 ‘사랑의 1계좌’ 성과… 1400여명 중고생에게 매월 지원
“올해 장학금 1억9000만원 모금… 다양한 기부로 따뜻한 세상 실현”

지난달 24일 ETRI 측에서 ‘사랑의 장학생’ 장학금을 전달받은 지역 중고교생들이 연구원 내 정보통신전시관을 견학하고 있다. ETRI 제공
지난달 24일 ETRI 측에서 ‘사랑의 장학생’ 장학금을 전달받은 지역 중고교생들이 연구원 내 정보통신전시관을 견학하고 있다. ETRI 제공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원과 직원들이 18년 동안 십시일반 26억 원의 장학금을 모아 지역의 청소년을 돕고 있다. ETRI의 사내 게시판과 소식지에는 종종 장학금을 받고 공부한 뒤 진학했거나 사회에 진출한 학생들이 보내 는 훈훈한 미담이 많다.

○ 18년 동안 26억 원 청소년 장학금 전달

ETRI가 주변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은 외환위기로 국민 모두 절망에 빠져 있던 1998년이었다. 우선 독지가의 발길이 끊긴 양로원과 보육원 등 복지시설을 찾아 성금을 전달하고 위로했다.

외환위기의 어려움이 걷힌 2003년부터는 후원금을 미래 주역인 중고교생들의 학업을 돕는 데 쓰기로 했다. 이에 따라 후원 사업 명칭도 ‘사랑의 장학생’으로 바꿨다. 연구원과 직원들은 ‘사랑의 1계좌(월 5000원) 갖기’ 운동을 벌였다. 현재는 20계좌(월 10만 원)를 가진 참여자도 적지 않다. 단체의 참여도 높아져 지난해 한 해 동안 부서나 팀이 포상금 4000만 원을 후원금으로 보내 왔다.

그동안 1400여 명의 중고교생이 매월 10만 원씩의 장학금을 꼬박꼬박 받아 왔다. ETRI는 이를 위해 해당 구청에 문의해 가정 형편이 어렵지만 성적이 상위 30% 이내이고 학업 의지가 뚜렷한 학생들을 추천받았다.

지난달 24일엔 사랑의 장학생 장학증서 전달 및 사랑의 PC 나누기 행사를 연구원에서 열었다. 새롭게 선정된 34명을 포함한 중고교생 100명이 1억2000만 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ETRI는 2013년부터 신규 장학생들이 인터넷 강의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재활용 가능한 연구원의 PC를 제공하는 ‘사랑의 PC 나누기’도 병행하고 있다.

○“후원한 우리가 더욱 풍성해졌어요”

매년 연말이면 장학금을 받아 오던 학생들이 진학했다거나 직장을 잡아 사회에 진출했다면서 감사의 전화와 편지, 문자 메시지 등을 보내온다. 이런 이야기들은 사내 게시판이나 소식지 등을 통해 전 사원이 공유한다. 지난해 서울대에 진학한 백정우 씨(국어교육과)는 “장학금과 관심 덕분에 원하던 대학에 진학했다”며 “대학 졸업 후 사회에 나가면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항상 생각하고 돕겠다”라고 말했다.

백화점이나 반도체 통신회사, 미용업, 건설회사, 병원 등에 취업한 장학금 수혜자들도 한결같이 “베풀어 가는 삶을 실천하겠다”는 다짐을 보내온다. 이런 소식을 접하는 연구원과 직원들은 보람에 젖는다. 사랑의 계좌를 통해 가장 많은 후원금을 내고 있다는 이정익 스마트I/O플랫폼연구부장은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접하면서 작은 기부가 주는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올해의 장학금 모금 목표는 1억9000만 원으로 역대 최고다. ETRI는 그 밖에도 청소년 대화방 봉사, 아동센터 아기 돌보기 봉사, 연탄 및 김장 나눔, 벽지학교 초청 정보기술(IT) 체험관 탐방 등 다양한 재능 기부 및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ETRI 오성대 경영전략본부장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데도 의지를 갖고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들을 돕는 전통은 우리 연구원의 자랑”이라며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기부와 공헌 활동으로 ‘따듯한 디지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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