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중국에서 귀국해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온 위안부 피해자 하상숙 할머니(88)가 병세가 호전돼 23일경 일반병실로 옮길 것으로 보인다. 국내로 이송돼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은 지 44일 만이다. 병원 측은 지금처럼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한다면 이달 중으로 퇴원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 할머니는 중국에 거주한 유일한 한국 국적의 위안부 피해자로, 2월 15일 이웃과 다투다 계단에서 넘어져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중국 후베이성 우한(武漢)에 위치한 한 병원에 입원했다. “생의 마지막을 고국에서 보내고 싶다”는 할머니의 뜻에 따라 정부와 중앙대병원이 지난달 10일 국내로 이송해 치료에 들어갔다.
입원 당시 하 할머니는 갈비뼈 골절과 폐 부종, 폐렴으로 위독한 상태였다. 의료진은 고령인 점을 고려해 수술 대신 이뇨제와 항생제를 사용한 약물치료를 하기로 결정했다. 신장기능이 급격히 떨어져 소변으로 체액이 원활히 배출되지 않자 의료진은 하 할머니에게 혈액투석치료를 시행하기도 했다.
별다른 차도 없이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며 중환자실 생활을 이어가던 하 할머니는 이달 초부터 염증 수치가 낮아지고 혈압과 체온이 안정화되는 등 상당한 병세 호전을 보여 현재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 의식을 정상적으로 회복한 상태다. 담당 의료진은 “스스로 호흡이 가능할 정도로 증세가 호전됐다”며 “기도를 절개해 말은 할 수 없지만 인지기능이 완전히 회복돼 정상적인 소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 할머니는 상대방의 질문에 눈짓과 손짓으로 명확히 의사표현을 하고 의식도 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평균 7~8시간 잠을 자고 나머지 시간은 깨어있다는 게 병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병원 측은 “일반병실로 옮기면 산책도 가능할 것”이라며 “병실을 옮긴 후에도 안정적인 회복 상태를 유지하면 이달 중 퇴원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하 할머니는 17세 때인 1944년 일본군 위안부로 중국 후베이성 우한으로 끌려갔으나 이듬해 나라가 독립한 후에도 위안부에 대한 주변의 박대가 두려워 돌아오지 못했다. 최근 낙상사고로 병원 치료가 불가피했지만 한국 국적 때문에 중국에서 의료급여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정부와 민간이 국내 이송해 치료를 결정했다.
댓글 0